[기자수첩]유심칩 6000원 논란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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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심칩 6000원 논란의 본질

스마트폰 가입자식별번호(유심) 가격 구조를 조사했더니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가 원가 1000원 미만 제품을 6600원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간 마진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동통신사업자가 지나쳤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하지만 분노만 하고 만다면 유심 가격 몇 천원 내리는 데 그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아는 것이다.

스마트폰에는 두 개의 '신분증'이 들어간다. 단말기에 '단말식별번호(IMEI)'가 있고, 가입자식별모듈(유심)에 '일련번호'가 있다. 두 번호가 일치해야 개통과 사용이 가능하다. IMEI는 제조사가, 유심 일련번호는 이통사가 관리한다. 유심은 이통사가 번호를 등록해주지 않으면 고철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유심 유통이 자연스럽게 이통사로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업체가 유심을 유통해봐야 이통사가 등록해주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으니 자연히 유통권이 이통3사로 넘어가는 것이다. 경쟁이 부족하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경쟁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게 이번 사태의 단순하고도 중요한 본질이다.

과연 유심만 그러하겠는가 생각해 볼 문제다. 통신 시장 자체가 3사 과점 체제다. 태생적 진입장벽으로 경쟁사가 나타날 여지가 매우 좁다. 최근에는 휴대폰 시장마저 업체 2곳이 독과점 체제를 구축했다. 서비스와 단말기로 구성된 가계통신비가 저절로 내려가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통신비 논란을 근본에서 해결하려면 경쟁을 촉진하는 게 제일이다. 규제를 강화해 정부의 힘으로 내리누르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통사와 제조사는 어떻게든 손실을 만회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를 내려 서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 통신정책 성패는 시장경쟁을 어떻게 촉진하느냐에 달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