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동시 유네스코 탈퇴 선언.. 문화유산 두고 각국 갈등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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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반(反)이스라엘 성향이라고 비난하며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탈퇴하기로 하자, 이스라엘도 유네스코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무부 성명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스라엘이 유네스코에서 탈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에 따라 유엔과 동시에 설립된 유엔의 교육·문화 부문 산하 기구다. 취지와는 달리 각국이 상반된 역사 해석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목을 거듭해온 외교의 전쟁터였다.

갈등의 핵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있다. 세계유산은 총 1073개가 등재되어 있는데, 이 중 문화유산을 놓고 많은 나라들이 갈등을 빚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동시 탈퇴 역시 문화유산에 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입장차이가 도화선이 됐다.

미국은 탈퇴선언에서 여러 가지를 들긴 했지만, 유네스코가 역사 유산과 관련된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엔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했다. 유네스코의 아랍 회원국들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다수 결의안을 냈다.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을 예루살렘의 '점령자'로 표현한 것도 이스라엘이 격분했다.

한일간 갈등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빚어졌다. 우리가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역의 한이 서린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에 반발했으나 결국 추진됐다. 한국과 중국 등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의 피해를 본 8개국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이에 반대하는 막후 외교전을 치밀하게 펴고 있다.

각국은 시대적 상황과 집권 세력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유네스코의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해왔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지난 1984년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 10월에 재가입했다.

美·이스라엘 동시 유네스코 탈퇴 선언.. 문화유산 두고 각국 갈등 깊어져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