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뜨자 '플로우 전지' 수면 위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성장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해 대용량, 장수명, 안전성에 강점이 있는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레독스 흐름 전지)'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속속 플로우 배터리 기반 ESS 설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비오닉스는 매사추세츠주 한 고등학교에 3MWh 용량의 플로우 배터리 기반 ESS를 설치했다. 최근 영국 레드티도 호주 모나쉬대학교에 플로우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1MWh급 하이브리드 ESS를 구축했다.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는 출력을 담당하는 스택에 전해액이 흐르면서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충·방전을 반복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전해액으로는 바나듐과 징크브롬(Zn-Br) 등이 쓰이지만 바나듐 계열이 시장 주류를 이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출력(kW)과 용량(kWh)이 전극 소재로 결정되기 때문에 용량을 높이려면 면적이나 개수를 늘려야했다. 그러나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는 전해액 양을 늘리기만 하면 된다. 출력은 스택이, 저장 용량은 전해액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용량이 높아질수록 킬로와트(kW)당 단가가 저렴해지는 구조다.

미국 비오닉스의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작동 원리 (자료=비오닉스)
미국 비오닉스의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작동 원리 (자료=비오닉스)

전해질은 반영구 사용이 가능해 통상 2만 사이클 이상, 20년 이상 수명이 보장된다. 현재 상용화된 이차전지 중 가장 수명이 길다. 폭발위험이 없어 안전성이 높고 작동 온도에 큰 제한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출력과 에너지 밀도가 낮고 크기도 기본 3~4배 크다.

이런 특성 때문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는 높은 출력이 필요하지 않고 설치 공간에 제약이 없는 대용량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소,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배전용 기기에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 레드티(redT)의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시스템 (사진=레드티)
영국 레드티(redT)의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시스템 (사진=레드티)

미국 비오닉스, 프리머스파워, ViZn 에너지, UET, 일본 스미토모, 독일 길드마이스터, 호주 레드플로우, 중국 롱커파워 등 주요 선진국에서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를 개발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는 에이치투(H2)와 스탠다드에너지가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 업체인 H2는 ESS용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를 상용화 해 현재 20kW 출력에 100Kwh 용량을 컨테이너화 한 표준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OCI와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도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를 개발했지만 먼저 상용화에 성공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완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신 H2 대표는 “국내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영향력이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플로우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덜했는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단주기성과 고출력이 필요한 분야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용량에 초점이 맞춰진 분야에는 플로우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치투(H2)의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사진=H2)
에이치투(H2)의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사진=H2)

카이스트 출신 스타트업 스탠다드에너지는 펌프와 배관이 없는 모듈 형태의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를 최근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시범 판매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완제품을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스택과 전해액을 따로 구현할 경우 용량이 달라지면 배관 설계를 다르게 해야 하고 전해액이 흘러들어오는 물리적 시간이 있어서 응답속도를 향상하기 힘들었다”면서 “스탠다드에너지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배터리 크기와 무게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에너지의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사진=스탠다드에너지)
스탠다드에너지의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사진=스탠다드에너지)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