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에퀴녹스·트래버스' 도입…미국산 모델로 'SUV' 제품군 강화

한국지엠이 모델 노후화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생산 중인 중·대형 SUV '에퀴녹스'와 '트래버스'를 순차적으로 국내 도입한다.

쉐보레 브랜드 중형 SUV '에퀴녹스'.
쉐보레 브랜드 중형 SUV '에퀴녹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에퀴녹스와 트래버스에 위장막을 씌운 차량이 국내 도로 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 수입 판매 모델이라도 국내 도로 환경에 맞춘 인증을 마치기 위해서다.

한국지엠은 꾸준한 성장 중인 국내 SUV 시장에서 모델 노후화로 홀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판매 중인 대표적인 중형 SUV '캡티바'가 지난 8월과 9월 각각 100대, 132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국산 SUV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캡티바 후속 모델로 자리할 에퀴녹스는 미국에서 연평균 20만대 이상 팔리는 쉐보레 브랜드 주력 SUV 모델이다. 에퀴녹스가 국내 도입되면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QM6 등과 경쟁을 펼치게 된다.

쉐보레 브랜드 대형 SUV '트래버스'.
쉐보레 브랜드 대형 SUV '트래버스'.

한국지엠은 에퀴녹스와 함께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형 SUV 트래버스의 수입 판매도 검토에 들어갔다. 퀴녹스, 트래버스 국내 도입으로 한국지엠은 빈약했던 SUV 제품군을 보강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현재 한국지엠은 소형 SUV '트랙스'와 미니밴 '올란도', 중형 SUV '캡티바'까지 레저용차량(RV) 3종을 국내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에퀴녹스가 캡티바를 대체하고, 트래버스가 추가되면 RV는 4종으로 늘면서 라인업이 대폭 강화된다.

반면에 수입 판매 모델이 늘면서 국내 생산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노조는 에퀴녹스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안을 포함한 미래 발전 방안을 내놓으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에퀴녹스가 수입 판매되면 캡티바 단종이 유력한 가운데, 이 차종을 생산하던 부평공장의 생산 축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평공장 생산 차종은 2015년 알페온과 말리부, 캡티바, 트랙스, 아베오 5종이었으나, 현재는 수입 판매 모델인 임팔라가 알페온을 대체하면서 4종으로 줄었다. 에퀴녹스가 도입되면 생산 차종은 3종으로 줄어든다.

한국지엠의 수입 모델 판매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한 카마로와 임팔라, 볼트EV 등 3개 차종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차종은 스포츠카나 대형 세단, 전기차로 국내 판매 비중 높지 않았지만, 수요가 많은 중대형 SUV의 경우 수입 판매 비중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에퀴녹스와 트래버스 등 2~3개 모델을 놓고 국내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도입 계획이나 판매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