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산업이 되다]<상>전통 스포츠는 왜 게임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나

로버트 크래프트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NFL) 회장, 제프 윌폰 뉴욕 메츠(MLB) 최고 운영책임자, 벤 스푼트 미스핏츠 게이밍(NBA 구단 마이애미 히트 파트너),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NHL) 팀을 소유한 컴캐스트 스펙테이코, 앤디 밀러 NRG 이스포츠 회장 겸 새크라멘토 킹즈(NBA) 공동 구단주.

모두 올 연말 시작하는 1인칭슈팅(FPS)게임 '오버워치' 글로벌 리그 팀 소유주들이다. NFL(풋볼), MLB(야구), NBA(농구), NHL(하키) 등 미국 주류 프로 스포츠 자본이 대거 참여했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에서 e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지역 연고제를 도입했다. 서울,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올랜도, 로스앤젤레스(2팀), 필라델피아, 댈러스, 휴스턴, 상하이, 런던 등 총 12개 지역이 참여한다.

이제까지 프로게임단 활용도는 홍보나 마케팅을 넘지 못했다. 국내에서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SK텔레콤, KT,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오버워치 리그 운영 방식은 프로팀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중점을 뒀다. 패러다임의 변화다.

오버워치 리그는 모든 리그 차원의 순매출을 팀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각 팀 소유주들은 광고, 티켓 판매, 방송 중계권 매출 등으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각 팀은 연고지와 현지 경기장에서 얻는 모든 수입을 매년 일정 금액까지 확보한 후 초과 수익 중 일부를 리그 전체가 공유하는 수익으로 적립한다.

각 팀은 매년 각 연고지에서 최대 다섯 차례 아마추어 대회를 운영할 수 있다. 또 오버워치 게임 안에서 팬을 위한 리그 제휴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런 매출 중 50%는 리그 전체가 공유하는 수익으로 적립한다.

e스포츠 전용경기장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
e스포츠 전용경기장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
e스포츠 전용경기장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
e스포츠 전용경기장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
e스포츠 전용경기장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
e스포츠 전용경기장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발간한 '2016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방송·스트리밍·포털·온오프라인 매체 등 미디어 부문 매출 459억5000만원 △구단 운영 예산 부문 매출 221억원 △대회 부문 매출 42억4500만원 등 총 723억원이었다.

연간 산업 총 매출이 총 1000억원이 되지 않지만 세계시장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41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554억원으로 조사됐다.

외신에 따르면 오버워치 개발사 블리자드는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며 팀당 약 2000만달러(200억원) 등록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엔씨소프트는 2011년 프로야구팀을 창단하며 KBO에 가입비 50억원, 예치금 100억원을 냈다. 산전수전 겪은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이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e스포츠 리그에 수백억원씩 투자한 것은 성장 잠재력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팀 결성만으로 이미 2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된 셈이다.

e스포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자생해오던 e스포츠 비즈니스가 글로벌 규모로 커지는 조짐이 나타난다”면서 “오버워치 리그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나머지 글로벌 흥행게임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