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육성" 외치면서…혁신R&D예산은 부처 쌈짓돈?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전자신문DB)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전자신문DB)

기술 혁신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 목적으로 개설된 코스버(KOSBIR) 사업 예산이 당초 계획대로 쓰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부처가 사업별로 편성된 예산 비율을 자의로 조율해 예산을 적게 편성하거나 아예 사라진 사업도 있다. 우리 산업 뿌리를 이루는 혁신 중소기업 지원에 써야 할 예산이 '부처 쌈짓돈'으로 전락한 셈이다.

15일 김규환 의원(자유한국당)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체 코스버 지원 대상 사업 24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개 사업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줄여 지원했다.

코스버는 정부와 공공기관 R&D 예산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비율은 시행 부처와 기관마다 다르다. 지난해 기준 산업통상자원부가 58.3%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미래창조과학부 14.2%, 방위사업청 6.7%, 국토교통부 5.9% 순이다. 현재 정부 부처 14곳, 공공기관 7곳이 참가하고 있다.

부처 사업별로는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기술(ICT) 유망 기술 개발 사업에 360억4500만원을 쓰기로 했지만 실제는 100억원 이상 부족한 258억9200만원만 사용했다. 산·학·연 협력 활성화 사업은 34억원에서 25억5000만원으로, 소프트웨어(SW) 융합 기술 고도화 사업은 89억4400만원에서 59억200만원으로 줄였다.

책정된 예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사업도 있다. 나노·소재기술 개발 사업은 5억원, 원자력 기술 개발 사업은 4억원이 각각 편성돼 있었지만 모두 증발했다.

반면 나머지 10개 사업의 예산은 늘었다. 개인연구지원비가 3억원에서 13억7600만원으로, 재난안전 플랫폼 개발비는 18억900만원에서 28억9200만원으로 각각 뛰었다.

김규환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이 사업별 지출 계획과 다르게 쓰이는 데도 이와 관련한 근거를 알 수 없다”면서 “덜 받은 사업분야 종사자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도 상황이 비슷하다. 63개 지원 사업 가운데 25개 사업 예산을 깎았다. 그 대신 나머지 38곳에 아낀 예산을 나눠 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개 사업 가운데 2개, 국토부는 13개 가운데 5개, 농촌진흥청은 14개 가운데 8개 분야 예산을 각각 감축했다.

코스버 지원금 총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1조7378억원에서 2015년 1조9367억원, 지난해 2조703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사업별 지원 기준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개별 사업 예산 수립 과정도 주먹구구식이라는 게 김 의원 측 판단이다.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은 지난 2014년 코스버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처 간 협업 체계 구축 △관리 운영 체계 개편 △제도 내실화 등 6개 방안을 마련했다.

김 의원은 개별 사업별로 지원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조차 제도 개선 사항만 마련했을 뿐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다”며 “시행 기관별이 아닌 개별 사업 단위로 계획 달성 여부를 관리, 중소기업 R&D 지원 예산이 늘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지원금을 총액으로만 관리하기 때문에 사업별 계획과 실제 지출액 간 차이가 나는 것”이라면서 “기존 사업 내용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사업별 의무 비율을 정하긴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2016년 기관별 KOSBIR 사업 지원 실적(자료:김규환 의원)>


2016년 기관별 KOSBIR 사업 지원 실적(자료:김규환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