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빈대인 부산은행장 "고객 가슴을 먼저 두드리는 명품 은행 만들겠다"

빈대인 부산은행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빈대인 부산은행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빈대인 부산은행장과 첫 인연을 맺은 건 약 3년 전이다. 디지털채널 총괄 임원 시절이다.

첫 이미지는 '츤데레'와 '만학도'였다. 츤데레는 애니메이션과 미소녀 게임 등에서 주로 묘사되는 인물의 성격 유형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일본어 인터넷 유행어다.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안보이게 남을 챙겨준다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 은행이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IT 접목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강하게 이야기했다. 전자신문이 주최한 스마트금융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VIP가 모두 빠져나간 시간에도 수첩에 강연 내용을 꼼꼼히 적고 공부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그가 행장이 됐으니 부산은행 직원들은 고생 꽤나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IT기반 채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행장이다.

부산은행 본점에서 3년여 만에 다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빈대인 부산은행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빈대인 부산은행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금융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시장 내 경쟁 방식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부산은행은 규모의 경쟁보다는 핀테크에 대응하는 IT전문가 영입과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채널 전략을 가져갈 것입니다.”

빈 행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부산은행이 시중 은행보다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이 같은 환경이 시너지를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특히 썸뱅크 등 비대면 기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향후 미래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더 강하고 새로운 부산은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핀테크 랩 운영과 IT전문가 영입을 직접 시작한 이유다.

빈 행장은 “앞으로 부산을 찾는 고객은 교통은 물론 각종 결제 서비스, 공용주차장 등 O2O, 부산 관광정보 등을 모바일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면서 “썸뱅크 고도화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3월, 금융과 유통이 결합된 모바일 은행 '썸뱅크'를 출범시켰다.

지난 4월 리뉴얼 버전 출시 후 이용 고객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생활 밀착형 금융플랫폼 '썸라이프'를 통한 차별화 콘텐츠 제공에 나섰다. 롯데 엘페이 등과 협업을 강화하고 조만간 대형 통신사와도 협력 체제를 꾸릴 계획이다.

빈 행장은 “작지만 세계적인 명품 은행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지만 고객 신뢰가 없는 은행은 시골 은행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도 서두른다.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계를 매끄럽게 융합하는 작업이다.

빈 행장은 “일선 창구와 자동화기기(ATM), 모바일뱅킹, 태블릿 채널 간 연계성을 강화해 채널 상관없이 쉽고 간편한 금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면서 “현재 9개를 운영 중인 디지털 셀프뱅크를 확대하고 고객 행동 분석이 가능한 미래채널 콘택트센터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AI는 물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게임, 증권, 여행 분야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제휴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디지털 인재 영입에도 행장이 직접 뛰어들었다.

최근 IBM과 현대카드를 거친 IT전문가 한정욱 미래채널본부장을 직접 영입하는 등 파격 인사체제를 가동했다.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이 4차 산업혁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역설적이지만 영업점 직원의 업무 노하우와 지식을 살리는 교육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디지털 인재 확보를 투 채널로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내 디지털 전문가 협의체인 'BNK핀테크발전협회의'와 혁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BNK핀테크크리에이티브랩'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빈대인 부산은행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빈대인 부산은행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금융지주와 함께 중장기 전략도 수립했다.

2020년 총자산 76조원, 당기순이익 6200억원이 목표다. 디지털 금융시대 대응을 위해 기존에 수립한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썸뱅크 등 비대면 채널 강화와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빈 행장은 “지난달 8일, 은행 이사회에서 은행장으로 최종 선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유난히도 춥던 1988년 2월 6일 광안동지점으로 첫 출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은 누구보다 자신했지만 첫날 막중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은행장으로 취임식을 갖는 날, 그는 막중한 설렘과 책임감을 또 한 번 느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장기간의 경영공백을 해소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최고 은행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하는 책임감 때문이다. 올해 부산은행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이제 빈 행장의 어깨에 부산은행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달려 있다.

그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을 '진심은 통한다'로 바꿨다.

3년 전 처음 봤던 디지털채널 총괄 임원으로 말했던 꿈. 그때 했던 말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부산=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