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기업간 미디어 콘텐츠 전쟁 '후끈'

화상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아마존의 스마트 스크린 '에코쇼(Echo Show)' (사진=아마존)
화상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아마존의 스마트 스크린 '에코쇼(Echo Show)' (사진=아마존)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IT분야의 내로라하는 공룡기업들이 인터넷과 IT기기 대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전장을 옮겼다.

미국 IT 주요 기업들은 이전부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간 주력 분야는 달랐다.

페이스북이 뉴스에 집중했다면 구글은 유튜브를 내세워 비디오와 음악 분야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엑스박스 등 게임에서, 아마존은 전자책 등 서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공생 관계 대신 갈등 조짐이 감지된다.

아마존과 구글 관계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지난달부터 아마존의 영상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쇼'에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마존은 지난 5월 에코쇼를 출시하며 음식 조리법이나 뮤직비디오, 메이크업 영상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구글이 유튜브 영상 제공을 돌연 중단하면서 에코쇼의 장점이 반감된 상태다. 아마존은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에코쇼 가격을 229.99달러에서 199.99달러로 인하했다. 아마존은 비디오 사업 확장을 위해 업계와 회동을 하고 있다.

아마존 비디오에 TV 시리즈와 영화 등 콘텐츠 60여 개를 추가하며 26일(현지시간)부터 애플TV를 통해 프라임 비디오 애플리케이션(앱)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애플 역시 자체 동영상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유명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NBC유니버설 산하 유니버설 TV와 함께 10부작짜리 TV영화 '어메이징 스토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소니 픽처스 출신 유명 제작자 제이미 얼리크트와 잭 반 앰버그를 영입했고 내년에 총 10억 달러를 자체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와중에 페이스북도 TV 사업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8월 유튜브를 겨냥한 듯한 동영상 플랫폼 '워치'를 공개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으며 미국프로야구(MLB)와 요리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편당 3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동영상이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기존 미디어 업계는 IT 공룡들의 이 같은 경쟁 격화로 한층 불안에 떨게 됐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올해 여름 성수기에 1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5월 첫째 주부터 9월 첫째 주까지 할리우드가 벌어들인 돈은 총 3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흥행 실적이 40억달러를 밑돈 것은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캐나다에서는 케이블과 위성TV 중단을 고려하는 시청자의 수가 27%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신작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거나 집에서 케이블 TV로 영상을 보는 경우가 감소한 탓이다.

이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IT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기존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