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업체 APTC 반도체 식각장비 中 수출

토종 업체 APTC 반도체 식각장비 中 수출

토종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 에이피티씨(APTC)가 중국시장에 진출한다. 기존 고객사인 SK하이닉스 중국공장에 장비를 납품하는 것이지만, 국내에 이어 중국에서도 해외 장비 업체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국산화 성공, 국내 대기업 대량 공급에 이어 수출 실적까지 쌓으면서 상생 성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PTC는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식각장비를 공급한다. 식각장비는 증착 물질을 회로 패턴에 따라 깎아내는 핵심 설비다. 최근 회로 선폭 미세화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멀티패터닝' 기술 활용이 많아짐에 따라 식각장비 수요가 크게 늘었다. 미국 램리서치가 세계 식각장비 시장 1위로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식각장비는 기술 난도가 높아 이 시장에 진출한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APTC는 2005년부터 SK하이닉스의 전략 파트너로 선정돼 식각장비를 개발해왔다. 2007년 일부 장비 개발에 성공한 뒤 수년간 소량 납품해오다 지난해 성능과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신제품으로 대량 공급을 성사시켰다. 이 덕에 실적도 급성장했다. 2015년 ATPC는 매출 44억원, 영업적자 17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378억원, 영업이익 9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760% 성장했다.

APTC는 올해 초 SK하이닉스가 첫 시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인 '기술혁신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기술혁신기업 프로그램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 선정된 APTC는 향후 2년간 공동 기술개발, 시제품 우선 평가, 기술개발 자금 제공, 최소 구매물량 보장 등 포괄적 지원을 받는다. SK하이닉스는 D램 보완 투자, 3D 낸드플래시 증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APTC 식각장비는 이미 양산 라인에 대량 도입되며 '검증'을 받은 만큼 향후 실적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화에 성공하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해외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한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헌 APTC 사장은 세계 톱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서 연구개발(R&D)을 맡다 2002년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가 SK하이닉스로 공급한 폴리실리콘 식각장비는 D램, 낸드플래시 라인에 모두 들어간다. 우시에 납품된 장비는 최신 반도체 공정에서 게이트 생성 공정 등에 사용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연간 식각장비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이다. 이 가운데 APTC가 주력인 폴리실리콘 식각장비가 4조5000억원, 옥사이드 식각장비 시장이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램리서치가 전체 식각장비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