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전기차 배터리용 코발트 확보 실패... '시세보다 낮은 값 제시'

독일 폴크스바겐(VW)이 전기차 배터리용 코발트 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제시해 낭패를 봤다.

폴크스바겐, 전기차 배터리용 코발트 확보 실패... '시세보다 낮은 값 제시'

파이낸셜타임즈는 15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이 최근 전기차 필수 소재인 코발트의 장기 물량 확보에 나섰으나 생산업체로부터 외면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고정 가격으로 최소 5년분의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입찰을 공고했으나 어느 업체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초 9월 말로 정했던 입찰 시한을 이달까지로 연장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소식통을 인용, 폴크스바겐이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 유찰의 이유였다고 전했다. 코발트 시장 거래가격은 올해 들어 80%나 급등한 상태다.

한 소식통은 “그들은 자동차 회사라는 이유로 거만해져서 이런 일에 익숙하다”면서 “협상은 무의미하며 논의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낭패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소재의 장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 트레이더는 파이낸셜타임즈에서 “입찰 공고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폴크스바겐이 8만∼13만 톤의 코발트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발트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연간 10만 톤 수준이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판매량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고 연간 1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는 데 차질이 생기면서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용보다 소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코발트와 리튬은 시장 규모가 작아 가격이 극적으로 상승해왔다.

자동차 업계는 코발트 물량의 60% 이상이 콩코민주공화국(DRC)에서 채굴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치 상황이 불안해 언제든 코발트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스위스의 글렌코어, 차이나 몰리브데눔(洛陽欒川鑛業集團)을 포함한 소수 광산기업이 코발트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