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력 철강·알루미늄 기업 고베제강의 품질 데이터 조작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9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고베제강 실적이나 자금운용이 불투명해지면서 채권시장에 고베제강 회사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액면가로 1760억엔(약 1조7600억원) 가량이 유통되는 고베제강 채권은 만기에 관계없이 모든 상품 가격이 하락했다. 2025년 상환예정인 회사채 가격은 품질조작 문제 발각 후 지난 18일까지 20%
가량 떨어졌다.
이마무라증권과 호쿠호쿠TT증권은 외국자본이 주도해 옵션이나 스와프 등을 구사해 이달 팔기로 한 타사주전환채(EB) 등 판매를 접었다.
개인에 판매하는 이 상품은 고베제강 주가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면 원금과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주가가 내려가면 현물주식으로 상환되는 구조다. 따라서 주가 하락기에는 손실 발생 리스크가 크다. 고베제강 주식은 품질조작이 발각된 이달 8일 이후 40%정도 하락했다.
이마무라증권과 호쿠호쿠TT증권 측은 “리스크가 커서 판매중지했다”고 밝혔다. 앞선 17일에는 일본 신용평가회사인 JCR이 고베제강 장기발행채권 등급 하향 방침을 발표했다. 18일엔 고베제강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의 보증료율이 4.17%로 치솟아 도시바의 2.5%를 웃돌았다. 신용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고베제강이 품질을 조작해 판매한 상품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유럽항공안전국(EASA)은 현지시간 17일 유럽 역내에 운항하는 항공사와 항공기업체에 고베제강 제품 사용정지 등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32개 유럽국가가 가입된 EASA는 우선 관련 회사에 고베제강 부품 안전성 확인을 촉구하고 고베제강 부품 사용 상황 보고도 요구했다.
대체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고베제강 제품의 합법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고베제강에서 제작한 부품의 사용 정지 등 주의를 환기시키도록 관련업계에 촉구했다.
EASA 이번 조치가 즉각 고베제강 사업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에어버스를 포함한 유럽 항공업계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법무부도 문제제품 사용 기업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고베제강에 요구했다. 특히 조사 결과 품질조작이 악질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회의 조사 착수 가능성도 있다. 토요타 리콜이나 결함에어백 문제를 일으킨 다카타 문제는 미국의회가 공청회를 열어 조사했다.
현재까지는 고베제강 제품에서 구체적인 피해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조사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제재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일본 내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당초 알루미늄·구리제품에서만 품질조작이 있다고 했지만, 철강제품도 조작이 발각되면서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자동차 핵심 부품인 엔진에 사용하는 스프링이나 볼트, 너트 등 부품은 자동차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