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진의 트렌드 인 비즈] 여기어때 등 근무시간 단축 기업 트렌드, 삶의 질 높여

[지용진의 트렌드 인 비즈] 여기어때 등 근무시간 단축 기업 트렌드, 삶의 질 높여

지용진 위드이노베이션 커뮤니케이션팀 담당

대한민국은 과로사회다. 직장인들은 야근 및 특근 등 장시간 노동이 익숙하고, 주말을 반납하고 회사에 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일에 빠져 산다’는 말은 이제 통념이 됐다.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인당 연 평균 근로시간(2014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1년에 2,124시간 일한다.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하는 국가다.

암울한 수치는 또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지난 2015년 국내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 가장 큰 문제로 ‘야근’이 꼽혔다.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중 주 3일 이상 야근하는 비율은 43.1%에 달했다.

하지만 ‘일 많이 하는 국가’라는 오명에서 점차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고 강조함에 따라 정계와 재계 등 사회 전반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현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물론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쟁점도 발생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추산에 의하면,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 이후 현재 생산량을 지속하기 위한 기업의 추가 비용이 연간 12조원에 육박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대체 인력 고용 등 다양한 지원책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풀어야 할 숙제다.

고무적인 건, 기업이 나서서 ‘근무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숙박 O2O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에 대한 여기어때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최근 여기어때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복지’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주 35시간 근무’가 75.5%로 가장 높았다. 특히 직장인들이라면 예외없이 겪고 있는 난치병인 ‘월요병’을 해소하는 ‘월요일 오후 1시 출근’ 제도를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한 경상북도 출연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와 화장품 회사 에네스티도 근무시간을 단축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근무시간을 단축해도 기업의 매출은 증가하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 만큼 더 집중해서 업무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업무의 질이 향상된다는 의미다.

근무시간 단축은 여러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궁극적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저녁 있는 삶’을 통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 생활을 영위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워라벨’(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 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며 취미를 통해 제 2의 인생을 사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 그 방증이다.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면, 근무시간 단축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뜬금없는 가설이 아니다. 여기 눈 여겨 볼 만한 통계가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일본 전체의 출산율은 1.46명(2015년 기준)이다. 그런데 오키나와는 1.94명에 이른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오키나와는 일본 열도에서 야근이 가장 적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근무시간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즉, 퇴근을 하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수록 출산율도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근무시간 단축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프랑스는 1936년, 독일은 1967년에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일본은 198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보다 모두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나라들이다.

대통령이 화두를 꺼냈고,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근무시간 단축이 뿌리내릴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피상적인 구호가 아닌 실제적인 제도가 자리를 잡아야 직장인들의 일과 삶이 양립할 수 있다. 삶의 질을 향상하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지용진
영화 주간지 [무비위크]와 중앙일보 [매거진 M] 등 잡지사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으며, [아이폰 영화만들기], [불멸의 라이벌 1, 2] 등의 저서를 집필한 바 있다. 현재 종합숙박O2O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커뮤티케이션팀에서 언론홍보를 맡아 다양한 미디어 PR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