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전기로 하천 녹조 제거한다'... 응집제 없이 99% 제거 성공

국내 연구진이 전기를 이용해 하천의 녹조를 99%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별도의 응집제를 쓰던 기존 방법과 달리 친환경성, 경제성이 뛰어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성공 모델로 평가된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은 정상현 환경기계연구실 박사팀이 녹조를 전기로 응집해서 물 위로 떠오르게 하는 친환경 녹조 제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전기응집 원리를 이용한 친환경 녹조 제거 시스템 모식도
전기응집 원리를 이용한 친환경 녹조 제거 시스템 모식도

그동안 녹조 제거는 산화알루미늄 같은 응집제를 하천에 뿌리는 방법을 썼다. 양전하를 띠는 응집제가 음전하를 띠는 녹조와 달라붙는 성질을 이용했다. 그러나 하천에 2차 오염을 발생시키고, 응집제 비용이 많이 들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필터, 원심 분리를 이용한 기술도 있지만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녹조 제거 기술은 전극을 통한 전기 분해 원리에 착안했다. 양극과 음극의 전극으로 물속에서 전기 분해가 일어날 때 수산화금속이 만들어지는데 이 수산화금속이 양전하를 띠고 있어 응집제를 대신한다. 수산화금속은 전극에서 떨어져 나오는 금속이온이 수산기(OH-)와 결합해 만들어진다.

수산화금속을 중심으로 응집된 녹조는 바로 물 위로 떠오른다. 전기 분해 과정에서 함께 생성된 수소가스가 녹조 덩어리를 물 위로 부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차량용 설비에 적용한다. 녹조 발생 현장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바로 처리하는 식이다. 응집제를 대량 살포하지 않아도 효과 높게 녹조를 제거한다. 필터나 원심 분리 방법보다 에너지 소모도 극히 적다.

새로 개발한 녹조제거 시스템을 이용한 녹조 응집 변화 과정
새로 개발한 녹조제거 시스템을 이용한 녹조 응집 변화 과정

연구팀은 이미 대청호 녹조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99%의 녹조 제거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상용화를 위해 녹조 제거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적은 전극 면적으로 많은 녹조를 제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

정상현 박사는 “내년에는 이동 가능한 녹조 제거 장치를 제작, 작은 호수와 하천에서 현장 실험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경제성과 실용성이 있는 녹조 제거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