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데이터독점'시 결합 불허…통신·금융·SNS기업 영향 불가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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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데이터 독점'이 발생하면 M&A가 아예 무산되거나 관련 사업 매각 조치가 내려진다. 정부가 데이터도 기업이 독과점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으로 본다는 의미다. 경쟁 법 선진국인 미국, 유럽연합(EU)보다 앞선 조치다. 세계 경쟁 당국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융 등 데이터 축적·활용이 많은 산업 분야 M&A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데이터 시장을 선점한 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무분별한 한국 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에 기업 M&A로 데이터 독점이 발생해서 경쟁 제한 환경이 만들어지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 기준'(공정위 고시)을 개정한다.

M&A로 데이터 독과점이 발생하는지 판단하는 세부 근거를 마련, 시장 경쟁을 지나치게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M&A를 아예 불허하거나 시정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기업 M&A가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지를 심사하기 위해 관련 상품·지역을 획정한다. 지금까지 데이터는 개별 상품으로 보지 않아 심사 때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ICT 발전과 시장 변화로 데이터가 실제 시장 가치를 창출하면서 공정위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데이터, 특히 빅데이터가 상품처럼 중요해지는 산업 변화가 있다”면서 “데이터를 취급하는 업체 간 M&A 때 경쟁 제한성은 어떻게 심사할지, 시장은 어떻게 획정할지 판단하기 위해 심사 기준을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심사 기준 개정을 위해 내부 연구에 착수했다. 내년 말까지 개정을 완료, 이듬해부터 기업결합 심사 때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공정위는 이날 공개한 '국정감사 업무 현황 보고' 자료에서도 “신산업 분야 독과점 시장 구조 개선·형성을 차단하겠다”면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M&A 발생 때 나타날 수 있는 데이터 독점, 연구개발(R&D) 경쟁 봉쇄 등 경쟁 제한 효과 분석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CT 분야의 새로운 불공정 행위에 적극 대응한다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의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ICT 분야의 불공정 행위 신 유형으로 빅데이터 독점, 알고리즘 담합을 꼽았다. 지난달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태 효율성, 혁신 경쟁, 소비자 후생 등 관점에서 신산업 분야의 경쟁 법 이슈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심사 기준을 개정·시행하면 데이터 관련 사업이 많은 이통, SNS, 금융 기업 M&A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는 데이터 시장을 선점한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ICT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공정위 조치가 '상당한 선도형'이며, 미국·EU 등 경쟁 법 선진국에서도 제도 도입 사례가 없는 만큼 부작용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독점을 공정거래법상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는 세계에서도 논란이 많다. 다시 말하면 큰 틀에서 정리가 안 된 것”이라고 전제하고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기준에 조항을 구체화해서 넣는 것은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