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고리 공론위 발표 뒤가 더 중요하다

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지냐 재개냐를 가르는 공론화 결과가 20일 오전에 발표된다. 어느 쪽으로 나든 후폭풍이 거셀 것이다. 한반도 안보 위기, 중국 시장 대응, 4차 산업혁명 등 당장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국론 분열을 자초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문제는 집권 초기에 규정해 놓은 '탈원전'을 문재인 정부 스스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설 중지 쪽으로 나오면 반대쪽의 저항이 아무리 강해도 삽을 절대 다시 뜨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건설 재개 쪽으로 나오더라도 정부는 신규 원전 포기 원칙을 지키면서 임기 내에 가동하지 않도록 지연 전략을 펼 것이 예상된다.

결국 요즘 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처럼 탈원전이 정해져 있어 어느쪽 여론이든 설득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이 사안의 태생적 문제다.

정부 당국자들은 벌써부터 공론화 결과를 합당화시킬 묘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어느쪽으로 나오든 정해진 답에 따라 설득 논리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 중지로 나오면 '정부는 지으려고 해도 지을 곳이 더 이상 없다'는 주민 반발을 더 강하게 들고 나올 것이다.

건설 재개로 나온다면 탈원전 원칙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국익 차원의 불가피한 결정임을 내세울 것이다. 그러면서도 추가 신규 원전은 없다는 점을 명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생각이 탈원전 반대냐 찬성이냐로 갈라졌기 때문에 영국, 체코 같은 수출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대한 수출협상 등이 정부 입장에서는 자꾸만 옹색해진다는 것도 큰 문제다. 가동 원전의 안전성과 확보된 운영 기술은 탁월한 것으로 평가 받았음에도 우리나라 자체는 원전을 버리겠다고 하면 구매하는 쪽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공론화 이후 정부의 상황 판단과 대국민 설득 노력이 공론화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공은 정부로 넘겨졌다.

[사설]신고리 공론위 발표 뒤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