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드론, 규제 완화도 좋지만

[기자수첩]드론, 규제 완화도 좋지만

드론 조종 자격 취득 요건이 대폭 완화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정부가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추진했다.

드론 비행 경력 요건은 지도 교관의 경우 200시간에서 100시간, 시험 평가 교관은 300시간에서 150시간으로 절반씩 줄었다. 2주일이면 지도 교관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자격증만 따려면 비행 경력 20시간만 있으면 된다.

덕분에 응시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 1월부터 7월 31일까지 드론 필기시험 응시생이 1512명에 달했다. 2015년 156명, 2016년 501명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합격률은 61%에서 67%로 올랐다. 비행시간만 더 채우고 일정 교육만 수료하면 지도 교관을 거쳐 시험평가 위원 자격까지 취득할 수 있다. 사설 학원도 차릴 수 있을 정도다. 비행 경력 시간만 따지면 한 달이면 충분하다.

운전면허 시험 사례와 닮았다.

2011년 의무 교육 시간과 운전면허 실기시험에 해당하는 장내 주행시험을 완화했다가 지난해 다시 강화했다.

당시 의무 교육 60시간은 13시간으로 크게 줄고 장내 기능시험인 T자, S자, 평행주차 등은 모두 삭제됐다. 간소화 이전에 평균 69.6%이던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은 92.8%로 급증했다. 그러나 완화된 시험 때문에 정작 면허를 취득하고도 도로에 나서지 못하는 운전자를 양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드론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조종 자격 취득 대상인 12㎏ 이상 드론은 덩치가 상당하다. 사방에 달린 프로펠러는 분당 1만번을 회전한다.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비행 경력 20시간으로 조종 자격을 주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이를 검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지도 교관이 비행시간을 확인해 주지만 이를 검증하는 절차나 기관은 없다.

조종 능력이 부족하니 다른 곳에 취직하기는 어렵다. 자격증 소지자 대부분은 강사로 취직하거나 학원을 차린다. 이 덕분에 자격증 시장만 커졌다. 갈 곳 없는 자격증 소지자만 더 는 꼴이다. 일자리는 창출됐지만 곧 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있는 학원마저 문을 닫을지 모른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부른 결과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