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보호무역주의 위기를 기회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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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시킨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국내 전자업계와 태양광 패널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세탁기와 부품,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 판정을 내리고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의견을 모으고 피해구제 공청회에서 밝혔지만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역사 사례를 보면 17세기부터 미국, 독일 등 많은 나라가 보호무역주의를 시도해 왔다. 하나 같이 자국 산업 보호와 자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등 효과를 기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펼쳤다. 그러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오래 가지 못했다.

외국과 관계를 맺지 않고 문을 걸어 닫는 정책은 고립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경쟁 제한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 산업도 정부의 보호 울타리에 안주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기는커녕 혁신은 사라지고 퇴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미국 내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가 과연 월풀 세탁기보다 값싸기 때문에 잘 팔리는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판매하는 세탁기는 대부분 프리미엄 제품으로, 월풀 제품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비싸다.

최종 세이프가드 판정이 내려지면 미국 소비자는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비싸진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를 구매해야 한다.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면 현재 미국에 건설하고 있는 세탁기 공장 규모를 최소한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미국 내 일자리 증대 효과도 미미해진다.

태양광 패널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태양광 산업은 지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크게 발전했다. 발전할 수 있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값싼 패널 가격으로 인해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가 청원을 내면서 한국, 중국, 멕시코산 태양광 전지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려 한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올라가면 태양광 발전 원가가 상승하고, 발전소는 경쟁력이 약화된다. 미국 태양광발전업계는 관세 인상은 발전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로도 작용했다.

안팎의 우려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수년 동안은 국내 업체에도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보호무역주의는 결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 기업과 정부에 위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은 제품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는 나라에 강력하게 외교 대응을 하고, 국내 기업 피해 구제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보호무역에 맞서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동맹도 탄탄하게 맺는 것이 요구된다.
역사는 반복된다. 험난한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아 가고 있지만 힘을 합해 대응한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가 있다.

[전문기자칼럼]보호무역주의 위기를 기회로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