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누가 창업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가?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난제인 저성장 기조 탈피, 신규 혁신 역량 제고, 일자리 창출 등을 창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접근에서 정작 어떠한 사람이 창업에 적합한지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과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듯하다.

일견 삶의 목표를 '부의 창출'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창업에 적합한 대상자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선행연구는 '부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창업이 과연 유의미한 대안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여러 정황을 제시해 주고 있다.

사실 창업을 통해 거둔 소득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얻은 수익이라는 점에서 취업으로 인한 소득보다 훨씬 높아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창업이 취업이나 재무적 투자보다 더 높은 소득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바튼 해밀턴 미국 워싱턴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회사 설립에 투여한 자금을 차라리 상장기업에 투자했다면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자영업을 통해 버는 초기 수익은 취업해 거둘 수 있는 수익보다 낮고 소득 상승 역시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가들이 창업 후 10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은 같은 기간 취업했을 때 번 소득보다 35%가량 적기 때문이다.

창업에 적합한 또 다른 대상자들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이나 퇴직 내지 은퇴한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다. 이 역시 정답은 아니다. 창업자가 창업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와 취업자가 취업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는 전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노암 와서먼 미 하버드대 교수는 창업자와 취업자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창업자가 지향하는 가치는 권력과 영향력, 자유성 등이 높은 순위로 꼽힌다. 취업자는 안정성, 소속감, 사회적 명망 등을 지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부분은 창업자가 지향하는 가치인 권력, 영향력, 자율성에 대해 취업자는 낮은 선호도를 보인 반면, 창업자 역시 취업자가 선호하는 안정성, 소속감, 사회적 명망 등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가의 원동력에 관한 패널 연구(Panel Study of Entrepreneurial Dynamics)에서도 1214명을 대상으로 기업 설립 동기에 대해 질문한 결과, 상위 6개 답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자유, 개인 비전 달성 등 지배력과 관련된 동기를 꼽았다.

다시 말해 창업자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은 타인의 통제나 간섭 없이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자기주도형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취업자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구성원으로써 안정감 있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결국 취업과 창업을 달성할 수 있는 가치가 서로 다르며 창업은 취업 대안이 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스탠포드, LBS 등 유수의 경영대학원도 이러한 사실을 일찍부터 인식했다.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탠포드에는 CLV(Career Life Vision)라는 수업이 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중에 자녀들이 생겼을 때 자녀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등 질문을 통해서 자신이 지향하는 본질적 가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성찰 아래 100개 직업군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12개 정도 고르도록 한다. 무턱대고 창업부터 강요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는 청년 실업자나 재취업 희망자들에게 창업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마저 지울 수 없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창업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꿈꾸는 삶의 모습이 창업이 아니라 취업을 통해 달성되어야 할 사람들이라면 억지로 창업으로 유도할 필요는 없다. 더불어 창업 활성화 역시 창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을 때 손쉽게 달성되지 않을까 싶다.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누가 창업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가?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