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혁신성장' 개념 정립보단 사업 추진”…성과 위주 성급한 정책 우려 커

靑, “'혁신성장' 개념 정립보단 사업 추진”…성과 위주 성급한 정책 우려 커

청와대가 '혁신 성장'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개념 정립보다는 구체화한 사업으로 성과를 창출하는데 집중키로 했다. 개념과 정의 정립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뚜렷한 나침반 없이 혁신 성장 항해를 시작하면서 각 부처는 혼선을 빚었다. 자칫 성과 위주의 성급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청와대와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정책실은 혁신 성장 전략 마련 과정에서 개념 정의보다 실제 사업 마련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 성장 개념 정립과 집행 전략을 당부했지만 실제로는 개념 정립 없이 실리와 성과 중심 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정부에서 '창조경제' 개념으로 장기간 논란이 인 만큼 개념 정립과 설명에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창조경제가 실체가 없는 것인 만큼 혁신 성장은 개념이 아닌 성과로 보여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데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와대 방침에 부처 차원에서 혁신 성장 대응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모성 개념 논쟁을 피하려는 취지는 긍정으로 평가되지만 명확한 틀이 없다 보니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혁신 성장 로드맵'으로 15개 주요 대책 방안을 제시했다. 혁신 대학, 혁신 도시, 혁신 창업, 혁신 생태계 등 부처에서 그동안 해 온 사업에 '혁신'이라는 용어만 덧붙였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쉬운' 정책이 우선 올라 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18개 부처를 대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부분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혁신 성장을 그냥 '혁신을 통한 성장'으로 단순히 정의했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을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 설명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면서 “뚜렷한 개념 정립이 없어 현장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청와대 정책실과 기재부 등이 혁신 성장 개념을 다른 이유로 정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5개월 동안 총력을 다한 분배 위주의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이 개념 차원에서 상당 부분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제41회 국가생산성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혁신 성장과 사람 중심 사회를 함께 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기술 혁신은 일자리를 줄이기 쉽고 경영 혁신은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을 삭감하려 들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혁신 성장 인식을 단편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재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기술 가치' 혁신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