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토종 엘리베이터 기업들..."승강기 주권 되찾겠다"

국내 중소기업이 무너진 한국 승강기(엘리베이터)산업 기반을 다시 세우기 위한 움직임에 한창이다. 비상구난용 엘리베이터, 초대형 엘리베이터 등 세계 최초 특수 엘리베이터를 속속 선보이는데 이어 일반 엘리베이터 분야에서도 해외 수출을 성사시키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는 22일 ”600인승 초대형 엘리베이터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 설치하고 있다”면서 “앞서 송산이 세운 최대 기록을 송산이 다시 깨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4년 송산특수엘리베이터를 창업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특수승강기를 국내 최초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엘리베이터협회장에 취임했다.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가 회사 제품 전기 계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가 회사 제품 전기 계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 위치한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수직교통 특수엘리베이터를 개발·제조하는 회사다. 기계실이 없는 모듈러 엘리베이터에서 시작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주요 현장에 최소 100명 이상, 10톤 이상을 적재할 수 있는 특수승강기인 '골리앗엘리베이터'를 주력 생산한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특수엘리베이터만을 집중 공략했다. 국내 엘리베이터 산업아 가진 저력이라면 얼마든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능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김 대표는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시장 97%는 국내 기업이 차지해 자급자족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82.6%가 수입과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엘리베이터야말로 기계, 전기, 전자, 소프트웨어(SW)와 인적자산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1990년까지만해도 현대엘리베이터와 LG산전, 금성기전, 동양엘리베이터 등 토종업체가 90% 시장을 점유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다수 인수합병(M&A) 결과 지난해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외국계 기업인 오티스, 티센크루프가 시장 82.64%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이 이처럼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이 차지하게 된 주된 이유를 불공정 경쟁에서 찾았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은 하도급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딜러를 고용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면서 “중국 저인망 어선이 우리 바다에서 모든 물고기를 쓸어가듯 지방의 1~2대 물량까지 싹쓸이하며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 디와이홀딩스, 한국미쓰비시, 티센크루프, 쉰들러, 후지테크코리아 등 7개 엘리베이터 업체가 담합으로 적발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더 악랄한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점령당한 시장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그는 “승강기 주권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엘리베이터협회 회원사 임직원이 재해를 입게 됐을 경우 자녀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승강기산업 주권을 찾기 위한 기초 토양 배양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엘리베이터 제조 중소기업도 해외 수출과 대형 공사 수주에 속속 성공하며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진엘리베이터는 서울 청량리에 위치한 세종대왕기념관, 인천 남동경기장 등 주요 시설과 SH, LH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방글라데시, 이라크, 베트남 등지로 엘리베이터를 수출했다.

박갑용 한진엘리베이터 대표는 “후지테크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계 엘리베이터 회사와 대기업은 자체 공장 없이 동남아와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설치만 하고 있다”면서 “전기계통을 제외한 모든 부품은 국산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절대 밀리지 않는 품질을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엘리베이터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정부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영업 행위로 인해 국내 산업 기반이 죽어가는 꼴을 내버려두고 있다”면서 “국내 승강기 산업 을 육성하는 동시에 면밀한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갑용 한진엘리베이터 대표가 회사 엘리베이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박갑용 한진엘리베이터 대표가 회사 엘리베이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다시 뛰는 토종 엘리베이터 기업들..."승강기 주권 되찾겠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