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까지 개정한 특허청 선행기술조사 등록제 헛바퀴

특허청이 관련법까지 개정해 추진한 선행기술조사 전문기관 '등록제' 전환이 제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 물량을 특허청이 배분해 사실상 지정·허가제로 운용된다.

특허청은 보안·기술성이 중요한 업무로 물량 배분시 자격요건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22일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실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지정·허가제에 따른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등록제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행기술조사는 특허심사시 동일·유사 기술이 존재하는지 분석한다. 특허청은 심사관 업무부담을 덜고, 심사품질을 높이고자 조사를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

2004년까지는 특허청 산하 특허정보진흥센터가 조사 용역 물량을 독점했다. 2005년에 2개 전문기관이 추가 지정됐다. 특허정보진흥센터는 이후 비율이 매년 줄었지만, 2015년에도 75.3%를 받았다.

특허청은 지난해 국감에서 참여기관 간 경쟁을 통해 전문성과 조사품질을 향상시키고자 2017년부터 등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특허 심사품질이 IP5 주요국(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비해 낮다는 이유였다.

원인으로는 1인당 처리 건수가 많아 심사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당시 특허청은 “선행기술조사 사업을 통해 심사관 단독 심사보다 심사품질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특허청은 올해 1월 설명회를 열고 “신규기관은 첫해에 100%를 배정하고 2년간 최소 50%를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6월 특허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8월 말 9개 전문기관 등록을 접수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신규 전문기관은 평가 후 1~2위에만 신청 물량의 100%를 배분키로 했다. 3위에는 60%만 줬다. 9개 신규 기관 중 3개 기관엔 주지 않았다. 사실상 지정(허가)제로 운영했다.

김수민 의원은 “특허청은 선행기술조사를 여전히 지정허가제로 운용, 민간 IP기업 활성화와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등록제 전환의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물량의 10%만 신규 전문기관, 90%는 특허정보진흥센터 등 기존 3개 기관에 물량 배분,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문기관 한 곳이 전체 물량의 50% 이상 수행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면서 “기관 평가를 별도로 맡기고 물량을 배분하는 등 공정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은 업무 특성상, 물량배분에 자격요건을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 첫 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신규 기관은 관련 노하우가 기존 기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체 10%의 물량을 배분한 것은 인큐베이팅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성과 기술성이 중요한 업무이고, 최종 수혜자가 국민인 업무 특성상 일정수준 이상을 도달하지 못하면 물량을 배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