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탈원전 재천명…원자력계 '원전 세대교체' 요구로 대립각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원칙을 재확인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으로 원전 중요성이 부각됐음에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은 없다고 못 박아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 에너지 수급과 경제 차원에서 원전의 필요성을 감안해 문 정부 '원전 제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낡은 원전을 새 것으로 바꾸는 '원전 세대교체'로 미래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이미 천명한 대로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기존 방침도 언급했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심에 탈원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청와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자 최근에는 '탈원전' 대신 '에너지 전환'으로 정책을 설명했다.

문 정부, 탈원전 재천명…원자력계 '원전 세대교체' 요구로 대립각

대통령의 탈원전 언급은 지난 20일 공론화위의 원전 축소 정책 권고와 흐름을 같이 한다. 공론화위는 신고리 건설 재개와 함께 원전 축소 정책을 펴달라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신고리 건설 재개는 찬성(59.5%)이 많았지만, 원전 정책은 축소(53.2%) 의견이 많았다.

원자력계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오히려 탈원전을 염두에 둔 공론화 조사에서 원전 유지 또는 확대 의견이 45.2%를 기록한 것에 주목했다.

원자력계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탈원전이 아닌 원전 세대교체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전에 대한 국민 우려가 여전한 만큼 노후원전은 수명에 따라 폐쇄한다. 이를 안전·경제·효율 측면에서 우수한 신규 원전으로 대체해 지속가능한 국가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99% 자원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위해 타국 의존도가 낮은 원자력 같은 에너지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문 정부가 강조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원가와 발전 간헐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달 초 국내 원전 'APR 1400'의 유럽수출형(EU-APR)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 심사를 통과한 것은 원전 세대교체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우리 원전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원자력계는 정부와 여당도 원전에 다른 시각을 가져주길 바랬다. 원전을 없애야 할 에너지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과 함께 발전시킬 대상으로 보고, 자국 기술을 폄하하는 등 득이 없는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은 항상 시장 변수에 따른 대안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며 “탈원전이라는 답을 정해놓기 보다는 국제 정세와 시장 환경에 따라 대처할 수 있도록, 연료 의존도가 가장 낮은 원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