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컨트롤러·펌웨어 100% 내재화 성공

자체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내장한 SK하이닉스 72단 3D 낸드칩 기반 BGA SSD.
자체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내장한 SK하이닉스 72단 3D 낸드칩 기반 BGA SSD.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하드웨어(HW)와 펌웨어 소프트웨어(SW)를 내재화했다. 컨트롤러와 펌웨어는 낸드플래시 기반의 저장 장치 성능을 좌우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외부 업체로부터 컨트롤러 등을 조달받아 왔지만 앞으로 100% 자사 제품을 활용할 계획이다. 컨트롤러를 100% 내재화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72단 3D 낸드플래시 칩과 자체 컨트롤러와 펌웨어 SW를 기반으로 모바일, PC, 엔터프라이즈용 저장 장치를 개발했다. 일부 제품은 양산에 들어갔다.

모바일 제품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와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 2.1 규격을 만족시키며, 고객사를 확보해 양산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PC용 제품은 PCI익스프레스 인터페이스의 볼그리드어레이(BGA) 형태 반도체 정보 저장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다. 고객사와 공급 논의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업 데이터센터의 스토리지 용도로 활용되는 SATA 방식의 SSD용 컨트롤러와 펌웨어도 개발, 양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용 eMMC 컨트롤러를 대부분 외부 업체에서 조달받아 왔다. 소비자용 SSD 역시 지난해 절반가량 외부 업체 컨트롤러를 붙여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 자체 솔루션을 활용할 계획이다.

가장 큰 성과는 그동안 공략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용 SSD 시장에 본격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기업용 SSD는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에 힘입어 매년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가 외부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자체 컨트롤러와 펌웨어가 있다면 낸드 칩 단품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제어해서 데이터를 읽고 쓰고 저장하게 해 주는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반도체다. 이상 작동과 불량 섹터를 막아 제품의 수명을 연장해 준다. 펌웨어 SW는 컨트롤러 제어 역할을 한다. 같은 낸드플래시 칩을 탑재해도 컨트롤러와 펌웨어에 따라 성능 차이가 발생한다.

과거 애플은 동일 맥북 제품에서 성능 차이가 나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맥북에 탑재된 삼성 SSD보다 도시바 SSD의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SK하이닉스는 2011년까지 이스라엘 아노비트에서 컨트롤러를 조달했지만 이 회사가 애플에 인수되면서 자체 역량을 기르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미국 LAMD, 2013년 대만 이노스터 eMMC 컨트롤러 사업, 2014년 벨라루스 소프텍과 미국 바이올린메모리 PCI익스프레스 카드 부문을 차례로 인수하며 컨트롤러와 펌웨어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딥 체인지를 통해 그동안 낸드플래시 사업의 근본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면서 “내년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외 업체도 컨트롤러 기술 내재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2011년 스토리지제네틱스, 2015년 타이달 시스템스를 인수했다. C게이트는 샌드포스, 일본 도시바는 OCZ를 각각 인수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