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규제 적폐'부터 청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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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규제 적폐'부터 청산하자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은 폐수를 정화해서 오산천에 방류한다. 정화한 폐수는 1급수로 일반 물보다 깨끗하다. 2014년 환경영향평가학회에서는 오산천 하류가 상류보다 더 맑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공장 폐수가 섞이는 지점에서 수질이 더 좋아졌다. 장마로 오산천이 오염되면 화성시가 삼성전자에 폐수를 더 방류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정수와 별도로 물을 식히는데 매년 수백억원을 쓴다.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정화 과정에서 스팀 배관을 거치며 데워지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 때문에 물고기가 알을 많이 낳는다며 환경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물을 식힐 것을 요구했다. 한편의 코미디 같지만 데워진 물을 거금을 들여 다시 식혀서 방류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이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기업 규제 개선은 이전 정부에서도 중점 과제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봇대', 박근혜 정부에서는 '손톱 밑 가시'라는 혁신 구호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초반에 팽팽하던 혁신 의지는 시간이 지나면 고무줄처럼 제자리로 돌아왔다. 물고기가 는다는 이유로 정화수를 다시 식히는 것과 비슷한 일이 여전히 펼쳐진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계의 우려는 더 크다. 최근 불거진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국 공장 승인 이슈를 놓고 규제 칼날이 예리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정부는 기술 유출 우려를 규제 명분으로 내세웠다.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이 한국을 추월한 마당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키려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중국의 기술 도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리가 있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기술 탈취를 중국의 LCD 산업 원동력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기술 혁신은 시간이 지나면 속도가 느려진다. 40년이 넘은 LCD는 이미 성숙된 기술이다. 후발 주자와 선발 주자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중국 정부는 LCD 공장을 지을 때마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 정부 보조금으로 중국 기업은 위기를 넘기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중국 정부는 OLED 산업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펼친다. 적자가 나더라도 제품만 생산하면 보조금으로 적자 폭을 메꿔 준다. BOE는 이달 중국 업체 최초로 OLED 패널을 양산한다. OLED 생산 라인 증설도 예고했다. 모두 돈 걱정 없이 연구와 생산을 할 수 있는 여건 때문이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금세 한국의 OLED 산업도 위협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속사정이 있다. 겉으론 기술 유출을 내세웠지만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다. 다만 규제 카드를 먼저 꺼내들면서 규제의 단맛에 빠질까 걱정스럽다. 역대 정부가 규제 혁파를 내세우고도 실천하지 못한 것은 규제만큼 단기 성과를 내는 정책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는데 규제만큼 '강력한 한 방'도 없다.

중국 정부가 '육성 프레임'으로 갈 때 한국 정부는 거꾸로 '규제 프레임'으로 간다면 결론은 정해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목록 상단에 '기업 규제'도 꼭 올라와야 한다.

장지영 성장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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