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10년의 역경 속에서 자란 핵융합에너지 꿈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장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장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 공동 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는 ITER 국제기구가 출범한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ITER 사업의 국내 사업 책임자로서 느끼는 지난 10년은 강산이 서너 번은 더 바뀐 듯하다. 그만큼 긴장 속에서 큰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태양에너지 원리인 핵융합은 연료가 거의 무한하며, 안전하고 깨끗하다. 완벽에 가까운 꿈의 에너지로 여겨진다. 이런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세계 주요 국가들의 연구 역량을 모은 것이 ITER 사업이다.

ITER 성공은 곧 인류가 고민하는 에너지 문제와 지구 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성과의 파급력과 기대가 클수록 그 과정은 더 어려울 수 있다.

ITER 사업 역시 지난 10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해 ITER 국제기구의 사무총장이 두 번이나 경질됐다. 당초 현실에 맞지 않던 사업 일정과 사업비는 두 번이나 수정해야 했다. 아직도 많은 기술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불가능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ITER 사업은 9월 말 기준으로 완공까지 약 45%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규모가 큰 국제 과학기술 협력 사업의 하나인 데다 7개 회원국들의 정치나 예산 등 상황의 상이함을 모두 고려할 때 이는 결코 작은 달성이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발전은 분명히 있다. 세계의 모든 핵융합 분야 전문가들이 ITER 사업에 참여, 지혜를 모으고 있다. 가는 길이 먼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풀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ITER 국제기구 운영진이 새로 구성된 이후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각 회원국 사업단과 함께 사즉생의 각오로 사업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진행 속에서도 ITER 사업에서 얻는 우리나라의 성과는 7개 회원국 가운데 유난히 돋보인다. 국내 연구기관과 산업체는 ITER 사업으로 지금까지 5억달러가 넘는 해외 수주 실적을 올렸다.

국내 핵융합 연구 사업인 KSTAR 사업을 통해 확보한 핵융합 기술력이 한몫했다. 100개가 넘는 해외 수주 과제들은 국내 산업체 또는 연구기관에 배분됐다. 그 결과는 ITER 사업은 물론 국가 경제와 기술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KSTAR의 성공 개발과 운영으로 인정받은 국내 우수 핵융합 연구자들이 ITER 국제기구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우리나라의 연구 위상도 높아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핵융합 분야의 국내 전문가가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KSTAR를 통해 핵융합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여 주곤 있지만 연구 인력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ITER 국제기구에서 일할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ITER 사업은 미래 핵융합 발전 기술 확보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기회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까지는 아직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핵융합 연구자들은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묵묵히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이다. 당장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그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 갈 때 인류가 꿈꾸는 핵융합에너지 시대는 올 것이라 확신한다.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장 kijung@n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