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기혁신본부는 연구자율성만 위한 조직 아니다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장의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8월 31일 임명된 뒤 50여일의 예열을 거쳐 연구개발(R&D)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23일 연구제도혁신기획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26일에는 우리나라 과기·R&D의 요람 대덕연구단지를 찾아 연구자들을 직접 만났다.

임 본부장은 이날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기 전에도 R&D 관련 국책 기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현장 연구자들과 스킨십하려는 의욕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연구 체계의 '새 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새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혁신본부 공무원만의 생각과 의견으로는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학교에서 기초 연구를 지휘하거나 직접 수행하면서도 늘 연구자의 자율성과 연구자가 하고 싶어 하는 연구의 성과를 크게 봤다. 그의 '풀뿌리 연구 강화' 철학은 연구 현장에서 길러진 셈이다.

과기혁신본부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기초 역량을 찾고, 집중해서 살려 필요한 기술과 경쟁력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혁신에 둔감한 연구 조직, R&D 문화, 정부 성과 관리 등 모든 부문이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개혁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연구자 중심의 연구 풍토'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을 지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과학계는 모두 자율성만 강조하고 정부조차 이에 휘둘린다면 국가 연구 체계는 방향성을 잃고 그야말로 중구난방이 되고 말 것이다.

9년 만에 정부 조직으로 부활한 과기혁신본부는 필요에 의해 다시 생긴 것이다. 어쩌면 연구 자율성보다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더 필요한 시기일 수 있다. 기계적 균형이 아니라 연구 현장과 정부 역할의 이상적인 배합을 찾고 실천하는 게 과기혁신본부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