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겪은 비츠로셀 내년 1월 새 공장 가동...정상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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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공장 전소 화재를 겪은 국내 최대 리튬일차전지 업체 비츠로셀이 내년 1월 충남 당진에 새 공장을 가동한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새 공장 가동을 계기로 수율을 높이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전화위복 기회로 삼는다는 각오다.

29일 비츠로셀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 1월 당진 신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4월 예정된 준공식 시점이 되면 화재가 나기 전 수준 생산능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말에는 증설도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공장보다 3배 넓은 부지를 확보했다.

화재 사고 이후 비츠로셀은 3곳에 공장을 매입하거나 임대해서 생산을 계속하며 고객사 물량에 대응해왔다. 임대 공장은 내년 4월까지만 운영하고 생산 설비는 새 공장으로 옮겨온다. 기존 예산 공장은 매각한다.

비츠로셀은 2017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에 1053억원 매출을 올렸다. 당초 목표(120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4월 화재로 약 70일간 생산 차질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년(910억원) 대비 성장한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화재 이후 임시공장에서 빠르게 생산을 재개하면서 올 하반기에도 작년 절반 수준의 매출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츠로셀의 리튬일차전지 제품군.
비츠로셀의 리튬일차전지 제품군.

화재 이후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회사 주가는 1만4500원에서 멈춰 있다. 지난 6월 거래소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했고 내년 5월 초까지 개선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후 심사를 거쳐 신속한 거래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차전지 시장은 리튬염화티오닐(Li-SOCl2)과 리튬망간(Li-MnO2) 전지가 양분하고 있다. 비츠로셀을 그 중에서도 리튬염화티오닐 전지를 주로 만든다. 이차전지와 달리 재충전이 안 되는 대신 수명이 10년 정도로 길다. 영하 20~30도가 되면 작동이 멈추는 알카라인 전지나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달리 영하 50도에서 최대 150도까지 견딘다. 또 자가방전율이 한 달에 5% 정도로 높은 리튬이온 전지나 알카라인 전지와 달리 10년 동안 90% 이상 충전율을 유지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리튬일차전지는 군에서 사용하는 무전기나 야시경, 석유 시추 장비, 심장제세동기, 위치추적기 등에 많이 쓰인다. 가격은 알카라인 전지에 비해 비싸지만 수명이 길기 때문에 바다에 띄우는 쓰나미 경보기처럼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드는 기기에도 광범위하게 채택된다.

최근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전기미터, 가스미터, 수도미터, 열미터 등 스마트미터에 전력 공급용으로 리튬일차전지가 쓰인다. 이미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에서는 스마트그리드 전환이 상당이 진척되면서 시장이 열리고 있다.

리튬일차전지의 세계 시장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차전지 대비 작지만 기술 장벽은 높다. 다품종 소량 생산 특징에다 고객사마다 원하는 스펙이 달라 까다로운 수작업도 뒤따른다.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기반이 없는 중소기업이 진입하기도 어려운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비츠로셀은 프랑스 사프트, 이스라엘 타디란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보니 화재 사고 이후 시장에서 수급 문제가 대두됐다. 하지만 워낙 공급자 우위의 시장인데다가 고객사와 오랜 신뢰 관계를 쌓은 덕분에 사고 이후에도 고객 이탈은 한 건도 없었다.

비츠로셀 관계자는 “신공장은 모든 제품과 라인별로 공정을 분리하고 방화벽을 세워 만일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사물인터넷(IoT) 시장도 커지고 있어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비츠로셀은 대우전자의 자회사로 일차전지 사업을 시작했다. 대우그룹 부도 이후 2002년 비츠로그룹에 인수됐다. 전력기기 제조업체인 비츠로테크가 모회사다. 현재 매출의 50%가 스마트미터 사업에서 나고 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이른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