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전면 폐지, 기술금융 도입 등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금융 공급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보수적 대출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 정책자금 대리 대출까지 부동산 담보 대출에 치우쳤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을 유도하는 정책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정책자금 투입이라는 손쉬운 대책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중소기업 정책자금 대리대출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5%에 달했다. 전체 대리대출 1조1856억원 가운데 1조1321억원, 1053건 가운데 961건에 이른다. 신용대출과 보증서대출은 각각 0.5%, 4%에 불과했다.
대리대출은 시중은행이 정책자금을 대신 운용하는 방식이다. 은행 대출이 아닌 정책자금으로 운용되는 만큼 금리가 낮다. 하지만 대출 취급은행이 회수 책임을 부담하는 만큼 일반 대출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직접 대출 80%는 담보 대출이 아닌 신용 대출로 이뤄진다.
중진공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을 통한 대출을 선호하는 중소기업도 있는 만큼 편의성을 위해 시중은행에서도 정책자금 대리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확대를 위해 도입했지만 시중은행은 여전히 보수적 대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적 신용보증, 대리대출,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정책금융을 제외한 순수 민간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2%에 이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추세적으로 금리 인상 등이 예고됐고 연대보증도 불가능해져 보증이나 담보 없이 중소기업에 신용만으로 대출해주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적어도 기업 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부동산 외에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고 전했다.
민간부문 중소기업 자금 공급 활성화를 위한 추가 정책 필요성이 불거지는 이유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경기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은행의 위험 회피 대출 행태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면서 “정책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은 단순 자금지원 확대보다는 금융시장을 통한 중소기업 금융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인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중소벤처기업부는 묵묵부답이다. 시중은행 감독은 중기부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연구원에 합성대출유동화증권(합성CLO)을 도입해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을 유동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합성CLO는 중소기업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15년 처음 제안했다.
정작 중기부는 이런 제안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술보증기금에서 새로운 상품의 하나로 취급할 수 있겠지만 정책 결정이 필요한 영역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정책자금 중심 중소기업 대출 시장 변화를 위해 중기부가 금융 영역에서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중기부 산하 기관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중기부는 산업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 본 만큼 금융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 “중기부 승격과 기술보증기금 편입 등을 계기로 산업과 금융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중소기업 금융 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