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자 논문 네이처 자매지 게재···"기술력 뛰어나다는 방증"

존스홉킨스대 USKI가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에서 캡처한 양자암호통신 송수신기. USKI는 송수신기 상단에 '-2호'라고 쓰인 점을 들어 이 장비가 2세대 모델일 것으로 추정했다.
존스홉킨스대 USKI가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에서 캡처한 양자암호통신 송수신기. USKI는 송수신기 상단에 '-2호'라고 쓰인 점을 들어 이 장비가 2세대 모델일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연구진의 양자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에 실리는 등 양자 기술력이 예상보다 뛰어난 것으로 드러나 국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이 정보 보안의 '창과 방패'라 불리는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동시에 확보할 경우, 정보 보안 비대칭에 따른 '안보불균형'이 우려된다. 국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가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을 통해 입수한 북한 양자정보통신 연구 현황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부터 국제학술지에 양자 관련 논문을 집중 게재했다.

2015년 플라스모닉스에 양자 논문 3편을 잇달아 올렸으며 지난해에도 플라스모닉스와 나노테크놀로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각각 논문을 게재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세계적 명성의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논문 게재 자체가 북한의 양자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난해 초 북한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선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반신반의했다.

북한이 게재한 논문 상당 수는 단일양자를 다루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미세한 존재를 컨트롤하는 것이어서 극히 정밀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 분야에 모두 필요하다. 특히 양자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중국 연구진과 지속 협력한 점이 눈에 띈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빠른 연산속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난해한 수학문제에 의존하는 현 사이버 암호 체계에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국제 학계의 공통 견해다. 양자암호통신은 수학문제를 사용하지 않고 양자 자체에 암호키를 실어 나름으로써 도청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양자 기술을 정보 보안의 창과 방패로 지칭한다.

북한이 우리보다 앞서 양자 기술을 실전에 배치하면 심각한 안보불균형이 우려된다. 국방망 해킹 사태에서 보듯 북한은 우리 군 움직임을 손금 보듯 파악하는 반면 우리는 북한군 동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스노든 사태 이후 군부 주도로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자해 지상과 위성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내년 정부 예산에서 양자정보통신 연구비가 대폭 삭감되거나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청한 국책과제 예비타당성조사를 담당한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경제성을 이유로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이 포함된 데다 신경민(더불어민주당)·이은권(자유한국당)·김경진 등 여야 주요 정당이 모두 지원을 촉구하는데도 나홀로 지원을 반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월 예산국회를 넘기면 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최종 예타 결과를 내놓지 않은 KISTEP이 단순 경제성만 따질 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경진 의원은 “양자 기술은 국가 안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눈앞의 경제성만 따져서는 안 되고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면서 “내년도 예산을 지금 확보하지 못하면 재논의를 위해 1년을 낭비하게 되므로 예타 관련자들이 대승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양자 논문 게재 현황(자료 :김경진 의원실)

北 양자 논문 네이처 자매지 게재···"기술력 뛰어나다는 방증"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