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경쟁 관점에서 필수설비 개방 정도 살펴야

통신 필수설비 문제는 해외 사례만 놓고 보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필수설비를 개방하는 게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많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이는 개방이냐 폐쇄냐를 따질 때 문제이지 한국처럼 이미 개방을 진행한 국가에 들어맞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서 '개방 수위'가 문제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무조건 개방은 사유 재산 침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필수설비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83년 미국 AT&T 사건이다. 시내전화망을 독점하면서 시외전화 사업까지 하던 AT&T가 장거리전화 사업 허가를 받은 MCI에 대해 시내전화망 접속을 거부한 것이 발단으로 작용했다. 미국 제7항소법원은 시내전화망 연결이 장거리전화 사업에서 AT&T와 경쟁하는데 필수고, 따라서 접속 거부는 독점 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독점 사업자가 필수설비 통제 △경쟁 사업자에 필수설비 접근 거부 △경쟁 사업자가 필수설비를 생산하는 것이 실제 및 합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필수설비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4대 판단 원칙을 밝혔다. 이 밖에 유럽 각국이 필수설비를 공정 경쟁 관점에서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필수설비의 '완전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필수설비를 개방하도록 한 외국도 완전 개방을 시행한 곳은 없다. 완전 개방을 하면 누구도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KT 민영화 당시 필수설비제공제도를 둬 공정 경쟁 논란에 대비했다. 이에 따라서 합리화 관점에서 필수설비 개방 정도가 공정 경쟁에 영향을 미치느냐 여부가 판단 기준으로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002년 '필수설비 접근 거부 행위에 대한 심사 기준'에서 필수설비가 '사유 재산'임을 인정하고 제한된 개방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정위는 “필수설비는 사유 재산인 만큼 모든 사업자에게 접근을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경쟁 촉진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설비 보유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에게 접근을 거부하는 경우에만 법 위반으로 보도록 제한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