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산 드론 정부마저 몰라주면

전자신문 최종희 기자.
전자신문 최종희 기자.

정부가 드론 산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규제를 걷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금지된 상용 목적의 야간 시간대, 가시거리 밖 비행을 허용했다. 정해진 장소, 특정 시간대에만 운용이 가능한 드론을 공익 목적으로 쓸 경우 예외를 두는 조항도 만들었다.

그러나 드론 인증 분야는 정반대로 흘러간다. 업체의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최근 2년 새 드론 인증, 검사 절차가 갑절 이상 늘었다. 2015년에는 전체 시스템에 대한 안전 인증과 조종기 KC 적합 인증 두 가지 제도뿐이었다.

지금은 농업용 드론에 한해 적용되는 농기계 검증에 더해 배터리 KC 안전 확인, 충전기 KC 안전인증·KC 적합등록 등이 추가됐다. 전체 인증, 검사 비용을 단순 합산하면 2015년 240여만원에서 올해 2340만원으로 무려 10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에 인증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2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었다.

물론 안전은 그 어떤 가치와도 맞바꿀 수 없다. 드론 역시 마찬가지다. 드론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검사 과정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취약한 국내 드론 개발·제조 기반을 감안하면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국내 드론 시장은 외산 제품으로 넘쳐난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드론 제작·연구 사업체는 94곳, 유통업체는 161곳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드론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드론 장치 신고 현황을 보면 전체 3478대 가운데 중국 제품이 1997대로 57.4%를 차지한다. 국산은 1112대(32.0%)에 그친다.

그나마도 부품 대부분을 위탁생산(OEM) 방식으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만 한 반쪽짜리 국산이다. 순수 국산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토종 드론 개발사 상당수는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다 과도한 인증 비용까지 겹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순수 국산 드론, 토종업체 육성 방안을 함께 고민할 때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