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에너지 전환 정책과 균등화발전원가

박종배 건국대 교수
박종배 건국대 교수

지금 우리나라에선 에너지 산업 역사상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원전으로부터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이들은 정책 전원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지지를 받았다. 원전은 값싸고 안전하다는 믿음, 재생에너지는 비싸지만 환경 측면에서 각각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관계는 석탄과 천연가스(LNG) 발전에서 볼 수 있다. 석탄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만 싸다는 관점에서 지지를 받고, LNG는 환경 친화형이지만 비싸다는 측면에서 첨두부하(Peak Load) 전원으로서만 취급됐다.

에너지 전환 논의는 전력망으로 확대된다. 우리나라 전력 계통은 대단지 전원 부지로 구성됐다. 한 부지에 10기에 가까운 석탄 또는 원전이 있다. 이는 교류 765㎸ 또는 직류 500㎸ 등과 같은 대규모 송전 선로 건설을 필요로 했다. 대규모 송전망 건설은 밀양 사태와 같이 엄청난 사회 갈등과 비용을 발생시킨다.

대단지 시스템은 일견 경제성이 있어 보이지만 예기치 않은 자연 재해, 시설 손상으로 인한 안전사고,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재앙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지진과 태풍 등으로 전력 시스템 붕괴를 이미 경험한 일본과 북미에선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은 에너지믹스 변화가 전 세계에서 시작된 기점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2011년 배상 및 복구 비용은 5조엔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지난해에는 22조엔(약 220조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원전이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전통의 믿음이 깨지고 있고, 재생에너지 원가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7년 블룸버그 신에너지 전망에서는 태양광 발전 원가가 2040년에 66%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은 세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가스터빈 기술 개발로 가스복합화력은 효율 60% 수준에 다다랐다. 북미와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가스발전이 석탄발전보다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다. 석탄의 쇠락과 천연가스 번영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선진국에서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는 분산화와 에너지 전환 정책이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전력 산업 구조와 정책, 에너지원별 가치와 비용에 대한 기존의 믿음, 정보 공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에너지 전환 논쟁은 전기요금 상승 여부와 함께 주요 선진국의 균등화발전원가(LCOE) 수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미국, EU 등 선진국 자료에서는 대체로 원자력보다 태양광, 석탄보다 가스가 각각 경쟁력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원별 LCOE를 계산하고 공개하는 공공기관이 없다. 일부 전문가조차 실적 정산 단가를 미래 전기요금 상승 전망에 직접 적용, 혼란을 빚기도 했다. 정산 단가는 과거 투자 설비에 대한 수입금, LCOE는 미래 투자 기술에 대한 수명 기간 비용으로부터 각각 계산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논쟁을 종식시키거나 성숙된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원전, 석탄, LNG, 풍력, 태양광 등에 대한 정확한 LCOE 계산과 더불어 정책 공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원전과 석탄이 정말로 싼 것인지, 환경오염 관련 비용 수준은 적절한지, 에너지원별 미래 기술 개발(특히 태양광, 해상풍력, 가스터빈 등) 수준은 적정한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단계별로 찾고 공개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이슈에 대한 답을 도출할 수는 없겠지만 주요 항목별로 지속된 조사와 분석과 더불어 이제는 공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정보 공유와 공개야말로 더욱 성숙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jbae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