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게임 올바르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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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국정감사에서 게임이 이만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나 싶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넘어 환경노동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도 게임을 다뤘다. 게임이 산업, 정치, 일상에서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언급된 횟수에 비해 내용은 아쉽다.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든가 “모바일 게임에도 결제한도를 둬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은 섣불렀다. “게임업계를 농단하는 세력이 있다”든가 “확률형 아이템은 예고된 바다이야기”라는 어느 기관장의 폭로는 무책임했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 제기는 정당하다. 그러나 △이용자는 왜 확률형 아이템을 사는지 △업계가 확률 정보는 어떻게 공개하는지 △수천만원 결제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인터넷 방송을 통한 대리 뽑기가 해당 방송인(BJ) 수익에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이 확률 공개인지 확률을 높이는 것인지 △환금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도박이라는 낙인을 찍을 수 없다.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결제 한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발언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 나아가 자본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 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인 PC 온라인게임의 월 결제 한도가 왜 법이 아닌 자율 규제로 제한되는지를 살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국내 게임업체가 개발한 상품이 글로벌 플랫폼에 실려 해외로 나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깊은 우려에 비해 고민이 얕았다. '결제 한도가 없어 과소비가 생기고, 확률이 들어갔으니 도박'이라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방해하는 농단 세력'이라는 인신성 공격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뜬금이 없다.

발언자는 사실과 다른 폭로에 책임을 지겠지만 '소수에 의해 농단된 게임업계'라는 인식은 이미 대중의 머릿속에 박혔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임을 가볍고 서투르게 다루는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언론도 책임이 크다. 몇 년 전 게이머의 폭력성을 알아본다며 PC방 전원을 내린 한 방송사 리포트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시간이 흘렀지만 시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내 대형 기업 경영진의 인척이 피해를 본 형사 사건에서 뚜렷한 근거도 없이 '게임에 대한 불만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실은 보도가 줄을 잇는다.

게임에 부정 인식 덧씌우기는 전문가 그룹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중독과 게임 과몰입을 한데 섞은 연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정부에서 예산을 받는 중독센터의 사업을 그리는 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게임과 게임업계가 무조건 억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국회와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높인 덕에 게임업체 근무 환경이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원래 야근과 집중 근무가 많은 직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보상 체계화와 근무 환경 개선 쪽으로 바뀌고 있다. 사회 관심이 긍정 결과로 이어진 사례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게임을 올바르게 바라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힘 있는 자는 무거운 책임도 함께 진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본인의 한마디로 인해 어떤 갈등과 사회 비용이 발생하는지 늘 경계해야 한다.

짐짓 인상을 찌푸린 채 목소리를 높이면 쉽게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끌어서 환심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게임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런 행동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고민의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대중과 사회의 주목을 끌기 위해 게임을 쉽게 언급하고 판단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게임은 산업이자 문화다. 앞으로 더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게임이 담고 있는 함의는 단순치 않다. 게임을 다루는 일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를 몸으로 보여 주는 일이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