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선전포고 “재벌들, 법 어기면 다 고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이 법을 위반하면 다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소극' 지적을 받아 온 공정위의 검찰 고발권을 최대한 적극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고발 지침을 개정, 법인을 고발하면 반드시 자연인도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법 위반에 연루됐다면 대기업 총수든 말단 직원이든 가리지 않고 고발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문무일 검찰총장과 만나 전속고발권 폐지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공정위와 검찰 간 협력 강화 방안이 마련될 지도 관심거리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중간보고서를 발표하며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은 공정위가 고발권을 적극 행사하면 해결될 문제다. 그렇게 할 것이다”면서 “고발 지침을 개정해 (법인을) 고발할 경우 자연인도 함께 고발하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소관 6개 법률(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에 대해 검찰 고발 독점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 입장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적극 고발'과 '자연인 고발'을 원칙으로 정해 대응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자연인을 고발해도 관행상 등기이사가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임원은 물론 실무자도 고발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재벌이 법 위반 행위를 하면 다 고발할 것”이라면서 이번 정책이 '재벌개혁'의 일환임을 암시했다. 대기업에 법 위반이 있다면 법인은 물론 총수를 포함한 연루자를 모두 고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과 관련해서는 유통 3법(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에서 '전면 폐지' 방침을 정했다. 앞으로는 공정위와 관계없이 개별 기업이 해당 법률 위반이 있다고 판단되면 직접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핵심인 공정거래법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 시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 대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문무일 검찰총장과 만나 관련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정위가 공소 시효가 며칠 남지 않은 사건을 검찰에 고발, 양 기관 간 소통·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달 중순 문 검찰총장과 만난다”면서 “의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속고발권을 어떻게 할지, 공정거래법에 있는 형벌 조항은 어떻게 정비할지, 리니언시 제도는 어떻게 운영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초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만나 공정위 조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분담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한다. 가맹사업 관련 공정위의 조사권 일부를 서울시와 경기도가 나눠 갖게 된다.

이 밖에 공정위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공정거래법 과징금 부과기준율·정액과징금 상한 2배 상향 △징벌성 손해배상제 도입·확대 방침을 확정했다.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 등 5개 과제는 가능한 빨리 입법화됐으면 하는 시급성 있는 사안”이라면서 “이번 정기국회 때 많은 입법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