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콘티넨탈, 전고체전지 개발 시사…EU 배터리 독립 가속화

유럽이 자동차 배터리 독자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2025~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에 적극적이지만 전기자동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의 엘마 데겐하르트 회장은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빌보헤와 인터뷰에서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시설 설립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데겐하르트 회장은 “고객사 가까이에서 배터리 생산이 이뤄져야 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혁신적인 배터리 셀 생산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콘티넨탈은 현재 대세를 이루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투자하는 대신 차세대 전고체전지(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발화 가능성이 낮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데겐하르트 회장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을 통해 비용 분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약 30억유로(약 4조원)를 투자하면 연간 약 50만대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이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시설 설립을 고려 중이다. (사진=콘티넨탈)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이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시설 설립을 고려 중이다. (사진=콘티넨탈)

유럽은 어느 때보다 배터리 자체 생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 각국이 이르면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에 들어가지만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현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일본 파나소닉(22.8%) 중국 CATL(17.7%)과 BYD(7.9%), 한국 LG화학(7.4%)과 삼성SDI (4.25%) 등 아시아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EU 주도 아래 바스프 등 유럽 화학기업과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업계 핵심 관계자가 모여 유럽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공동 설립하는데 뜻을 모았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합작해 만든 항공기 업체 에어버스와 비슷한 동맹군을 발족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컨소시엄에는 주요 화학기업과 완성차업체가 참여하고 EU는 최대 22억유로(약 3조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위스 ABB와 스웨덴 노스볼트도 스웨덴에 유럽 최대 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 테슬라 임원이었던 피터 칼슨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노스볼트는 내년 하반기에 공장 건설을 시작해 오는 2020년에 연간 8GWh 용량의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로 시장을 장악하기 이전에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이 전지 강국이었다”면서 “기반 기술이 막강하고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를 보유한 유럽이 직접 배터리 제조에 나선다면 국내 업계엔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