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트코인, 버블 역사 이을까

[기자수첩]비트코인, 버블 역사 이을까

지난 주말 세계가 떠들썩했다.

하루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나 급락했다. 하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비트코인 시세는 8000달러를 앞두고 나흘 만에 5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연내 선물 거래 개시를 밝힌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한국은 더 혼란스러웠다. 비트코인이 연속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팔고 가격이 치솟는 비트코인캐시를 사기 위해 몰렸다. 비트코인캐시는 급등하다가 급락으로 반전했다.

이 과정에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를 자부하던 빗썸 서버가 다운됐다. 급등락 과정에서 매매 시기를 놓친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튿날인 13일 빗썸 본사 1층에는 투자자와 사설경호업체 직원 간 소란이 발생했다. 일부 투자자는 피해를 배상하라는 집단 소송과 함께 청와대에 청원까지 제기했다.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닷컴버블, 거슬러 올라가 버블경제 시초와 같은 네덜란드 튤립 파동이 떠오른다. 투기 열풍 뒤에는 피해, 붕괴라는 단어가 뒤따랐다. 가상화폐가 이들 버블 사례를 따를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불안감은 피할 수 없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투기 세력이 수세기에 걸쳐 튤립·기술주·주택 자산을 건드렸고, 최근 비트코인으로 옮겨 갔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들 모두가 “유사한 환경에 몰렸고, 결국 붕괴했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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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는 버블을 만든다. 고유 가치를 넘어선 가격은 거품이다.

거대한 변화나 혁신에는 일정 수준의 버블이 불가피하다. 그 버블은 시장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버블 피해자가 일반인이라는 점은 문제다. 금융은 규칙이다. 그 규칙은 사회 함의이며, 동시에 통제 가능한 수준에 있어야 한다. 아무런 통제나 규제·감독이 없다면 책임질 사람도, 대응책도 없다. 실제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시장처럼 '서킷브레이커'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현재까지 가상화폐는 활용 가치보다는 투자 가치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요 가상화폐는 일반의 예측을 뛰어넘는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투자와 투기의 책임은 항상 자신에게 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