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車' 체어맨 내년 단종…쌍용차 'SUV 명가' 강화

쌍용자동차가 내년 플래그십 세단(기함) '체어맨'을 20년 만에 생산을 멈춘다. 차량이 노후화돼 판매량이 매월 50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모든 라인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갖춰 'SUV 전문기업' 특색을 강화한다.

쌍용자동차 체어맨W 카이저
쌍용자동차 체어맨W 카이저

1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올해를 끝으로 체어맨 생산을 멈추고 내년 3월 판매를 중단한다. 1997년 1세대 체어맨이 출시한지 20년 만이다.

쌍용차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 제휴를 맺고 4년간 4500억원을 투입해 E클래스(W124)를 기반으로 하는 1세대 체어맨을 만들었다. 2000년대 말까지 연간 1만대 판매를 웃돌며 고급차 시장을 휩쓸었다. 2005년엔 1만5000대 판매를 돌파하며 현대자동차 에쿠스, 기아자동차 오피러스를 압도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쌍용차는 2008년 2세대 모델 '체어맨W'를 출시했다. 1세대 체어맨은 '체어맨H'로 이름을 바꾸고,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세그먼트(차급)을 낮춰 판매됐다. 체어맨 W는 벤츠 S 클래스 수준을 지향한 최고급 세단이었다. 8기통 5.0리터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국내 최고 수준 동력성능을 제공했다. 2015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업무용 차량을 에쿠스에서 체어맨W로 바꾸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체어맨W 카이저 인테리어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체어맨W 카이저 인테리어 (제공=쌍용자동차)

하지만 현대차가 2세대 에쿠스, 제네시스 'EQ900' 등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을 내놓는 동안 쌍용차는 체어맨W를 10년 가량 판매했다. 결국 체어맨W는 모델이 노후화돼고, EQ900,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에 밀려 연간 판매량이 100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월간 판매량은 50대도 못 미쳤고, 지난달에는 33대만 팔렸다.

한편 쌍용차는 체어맨을 단종하면서 판매 차량을 SUV로 채우게 된다. 내년 코란도스포츠 후속 Q200, 2019년 코란도C 후속 C300, 2020년 순수전기 SUV, 2021년 코란도투리스모 A200 등 매년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UV 풀 라인업을 확보, SUV 전문기업의 지위를 지금보다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