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 트라우마와 공허함의 시대, 상담은 사회적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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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흔히 대중 사이에서 “한국어로 의사소통하기가 가장 어렵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은 한국어가 의사소통하기에 어려운 언어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우리나라 말로 대화를 해도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부부나 연인, 가족, 친구 사이에서 감정과 속내를 전하는 '심정대화(心情對話)' 뿐만 아니라 직장·비즈니스 관계에서 사실을 주고받는 '사리대화(事理對話)'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소통의 어려움은 최근 IT기반 비대면 채널증가와 개인화가 연결돼 소통부재로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소통 부재는 대화를 통한 공감과 위안의 기회를 없애면서 개인은 물론 특정 집단과 계층, 사회 전체까지 고립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담 서비스는 대면소통의 또 다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상담 서비스는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병리적 관점에서만 다뤄져오면서 국내에서 대중화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심리적 결핍이나 고립을 해결하는 등 심리적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는 적극적 방법이자, 사회 소통의 또 다른 방법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상담을 소통기반의 예방적·선제적 복지 서비스 발전 단계로 진입시키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경제적 가치 연구 등으로 체계적 제도로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상담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생산 활동을 촉진, 경제 가치 창출

최근 사회에서는 자신의 사정이나 속내를 공개적으로 나타내며, 내적갈등을 치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적치유를 통한 삶의 원동력 확보로 경제적인 효과를 더욱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사회에서는 자신의 사정이나 속내를 공개적으로 나타내며, 내적갈등을 치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적치유를 통한 삶의 원동력 확보로 경제적인 효과를 더욱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 같은 상황에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KBS1 '아침마당' 등 유명인이 아닌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의 인기는 주목할 만하다.

보통 숨기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자기개방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개인의 자기개방이 잦아진 것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공개 위로와 지지로 고민이 쌓일 시간을 단축하고 사회·경제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원동력을 얻는다는 점이 크다.

TV나 소셜미디어 등 영상의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도 존속하고 있는 라디오방송에서도 이런 모습은 확인할 수 있다. 예전부터 라디오방송은 익명 또는 실명의 사연을 통한 고민 상담과 공감으로 이뤄져왔다. 개인의 이야기를 DJ가 읽어준다는 점은 청취자에게 DJ와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심적 안정과 함께 활력소를 제공함으로써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봤을 때, 기본 교육을 이수한 상담진행자와의 소통은 내담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던져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상담서비스의 필요성은 경제적 수치로 환산하면 더욱 절실하다. 2010년 학술지 '교육방법연구'에 게재된 '경제적 가치 추정을 통한 전문상담교사제도의 성과분석(저자 최보영·이지희·김원영·이상민)'을 살펴보면, 전국 학부모 2229명을 대상으로 한 '전문상담교사 1인으로부터 한 달간 받은 혜택' 설문조사 결과, 학생 250명 당 1인의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할 경우 최대 25조5800억원 규모의 경제적 이익이 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적으로 측량하기 어려운 인문 고유의 능력에 대한 것이지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공감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 대다수의 국민들은 상담 서비스가 건강보험에 포함되기를 바란다

과거 치료수단으로만 여겨지던 심리상담이 경제적 효율성을 근거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다수의 대중들은 심리상담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편입하는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거 치료수단으로만 여겨지던 심리상담이 경제적 효율성을 근거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다수의 대중들은 심리상담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편입하는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와 함께 대중의 상담 필요성은 '상담서비스의 공공화 및 건강보험 적용' 지지로도 나타난다. 앞서 과거 대중은 상담에 대해 사회적·자의적 낙인에 따른 심리적 고통이나 자기은폐 심리를 요인으로 회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현재는 자기개방을 통한 공감에 따른 실익으로 인해 전문적 도움을 받은 경험이나 사회적 지지, 상담에 대한 태도 등이 훨씬 개선됐으며, 오히려 심리 상담을 요구함과 동시에 건강보험 적용으로까지의 확대도 요구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의 건강보험 적용은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상담활성화와 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보험적용의 검토'를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를 담은 '교사들의 상담과 심리치료의 보험료 지불 의사에 대한 파일럿 연구' 논문(최보영·김아름·김보람·이상민,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2011)을 살펴보면 75명의 중·고교 교사 중 74.6%(56명)이 1% 이상의 추가보험료를, 44.0%(33명)가 1~2% 내의 추가보험료 지불을 기준으로 연 10회 상담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스트레스와 가치관 혼란 등에 힘들어하는 다수의 대중들이 경제 부담·부정적 사회인식 등을 국가 건강보험으로 해소되면 상담에 적극 응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국가 경제적으로나 국민 정서 발전에 기여할 만큼 크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 학교, 복지기관 등 공공 서비스에 속한 상담기관에 대한 국민 요구가 크다

현재 대중은 4차 산업혁명의 발전 등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학교·복지기관 등 공공재를 통한 집단상담으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내적치유를 바라는 모습을 띠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현재 대중은 4차 산업혁명의 발전 등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학교·복지기관 등 공공재를 통한 집단상담으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내적치유를 바라는 모습을 띠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학교·복지기관 등 공공서비스 속 상담기관을 통한 집단상담 등 공공화된 상담에 대한 기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2009년 '한국심리학회지:일반'으로 발표된 '정신건강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대학상담활동을 중심으로(저자 이상민·남숙경·이미경)' 논문에서는 장기적 집단 상담에 대한 개인이 체감하는 효과 기대치는 투입비용 대비 90%에 달한다.

'집단 상담(group counseling)'은 상담자와 내담자 일대일 상담이 아닌, 두 명 이상의 구성원 모임에서 상호작용과 새로운 관계 경험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상담의 형태다. 동료 성원(내담자)들과 상담자는 하나의 작은 집단에서 사적인 관심거리를 털어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치료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감추고 싶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개방을 전문 상담가 외에 동료 내담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지만, 집단상담 참여를 통한 효과를 체험한 사람은 장기간의 참여를 고려한다는 점을 볼 때, 상담 효과가 사회적으로 입증될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따라 학교, 복지기관 등 공공 서비스에 속한 상담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요구는 커지고 있으며, IT·IoT·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의 융합으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기의 대중에는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IT 발전을 토대로 개인화의 심화를 겪고 있는 대중에게는 공공 서비스 형태로의 상담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문제 해결과 결핍 해소를 위한 상담 서비스에서, 예방(이혼, 가족해체 등)과 발달(성문제, 다문화 등) 중심의 사회 서비스로 확대가 필요

사회 일각에서는 치료·해결영역에 국한된 상담영역은 갖가지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예방대책으로서의 확대까지 진행돼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회 일각에서는 치료·해결영역에 국한된 상담영역은 갖가지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예방대책으로서의 확대까지 진행돼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편 일각에서는 상담서비스가 단순히 공공재로서의 전환뿐만 아니라, 사회 서비스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소통확대를 통한 내면치유를 기본으로 하는 상담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할 수 있는 바, 문제 해결과 결핍 해소 등 주로 병리적 측면에 주목했던 기존 상담 틀을 예방(이혼, 가족해체 등)과 발달(성문제, 다문화 등) 중심의 사회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민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상담전공 교수는 “심리 상담이 내면치유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 활동 촉진으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국내외 연구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통념상 국민들의 심리 상담 요구가 한정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수의 국민이 상담 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을 지지할 정도로 사회 서비스적 심리 상담을 원하고 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상담 서비스가 심리적 문제나 결핍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면, 현재는 범사회적 변화로 이혼이나 가족해체, 다문화나 성문제 등 예방·발달적 차원으로나 개인 행복추구를 위한 사회서비스로서의 상담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심리 상담에 대한 다양한 요구는 국민들의 상담의 의의와 가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학교나 복지기관과 같은 공공재를 토대로 한 상담서비스를 비롯한 국가 제도와 정책 마련이 함께 뒷받침된다면 상담의 효과와 의미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천상욱·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