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마트워치 시장,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고]스마트워치 시장,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때 PC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태블릿 시장이 매년 축소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태블릿 출하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5% 하락했다.

이유는 포지셔닝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PC 수준의 생산성을 갖추기엔 한계가 있고 태블릿 기능을 대부분 소화하는 대화면 스마트폰 사이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스마트워치 시장 역시 고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패션 소품으로서의 기능은 아날로그시계를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고, 저렴한 가격의 스마트밴드가 스마트워치 기능 상당수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과 유사하게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워치 판매량이 2015년 대비 빠르게 감소한 사실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스마트워치 초창기에는 최대 경쟁자가 아날로그시계였다. 최신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스마트워치가 저가 패션 시계를 대체할 것이란 기대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리더들이 스마트워치 등장에 환호하기도 했다.

패션 유행으로서 스마트워치는 생각만큼 강력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 축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 전문가들도 비관 전망만을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시장 전문가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스마트워치가 멀티스포츠워치로 진화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스포츠 및 야외 활동 분야에서 전문가는 물론 일반 애호가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고가의 전문 장비로만 사용할 수 있던 기능이 멀티스포츠워치에서 대부분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 산악인들은 이제 고도계와 기압계를 멀티스포츠워치로 대신하고 있다. 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을 즐기는 애호가들은 멀티스포츠워치 덕분에 훈련 기록과 훈련 양에 따른 신체 피로 정도까지 전문 측정을 할 수 있다. 골프 애호가들은 경기보조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코스 정보는 물론 고저 차까지 감안한 정확한 거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멀티스포츠워치가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와 결합하면 효능은 배가된다. 실제로 가민 훈련 기록 사이트 가민커넥트에는 2000만명 이상의 누적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분석, 전문 훈련 정보를 얻고 있다. 사용자가 훈련 노하우도 공유하면서 가민커넥트는 단순한 기록 사이트를 넘어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패션 소품이 아니다. '내 손목 위의 전문가'라는 설명이 더 적합하다. 마라톤을 즐기는 애호가에게는 '손목 위의 러닝 코치', 주말 골퍼에게는 '손목 위의 캐디', 실내 피트니스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손목 위의 퍼스널 트레이너'가 생기게 된다.

전문 기능으로 무장한 스마트워치는 대반전을 개시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워치 시장이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60.9% 성장을 이뤘다. 새로운 수요층 창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멀티스포츠워치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심장 박동 수 측정이다. 과거에는 가슴에 스트랩 형태로 착용해야 했지만 이젠 손목에 멀티스포츠워치를 차는 것만으로도 측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낼 것이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다니엘 젠 가민코리아 지사장 daniel.chien@garm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