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봇산업 몸집 키우기

[기자수첩]로봇산업 몸집 키우기

인텔은 올해 자율 주행 원천 기술력이 있는 모빌아이의 인수에 17조원을 투입했다. 휴머노이드 페퍼를 공개한 소프트뱅크는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지난 6월 인수했다.

글로벌 기업이 로봇과 자율 주행 등 차기 유망 기술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인수합병(M&A)으로 원천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모든 기술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과 자본 투자가 100% 성공을 보장하진 않지만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장기간 연구개발(R&D) 투자라는 인고의 시간을 겪었다.

로봇 산업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로봇 산업계를 취재하면서 실감하는 것은 선진국이 쌓아 올린 시간의 벽이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외형 성장에도 기반 기술에서는 아직 큰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로봇 산업의 역사가 100년에 이른다. 한국과 일본은 경쟁국 관계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일본산 부품과 완제품이 우리 로봇 산업계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 산업계가 오래전부터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외산 부품 종속화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면서 “매년 논의하지만 뾰족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장기간 로봇 부문을 지원해 온 정부로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반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오롯이 시간을 들이기엔 여유가 없다. M&A가 그나마 시간을 극복하는 현실 대안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쿠카가 매물로 나왔을 때 국내 대기업이 쿠카를 인수했다면 로봇 산업 지형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국내 로봇 산업계도 몸집 키우기가 필요하다. 로봇 생태계에 더 많은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한화와 두산이 산업용 로봇 생태계에 참여했지만 업계는 여전히 중소기업 중심이다. 공격적 기업 인수는 대기업 규모에서나 가능하다. 중소기업 중심 생태계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 대기업이 늘수록 국내 로봇 생태계의 저력도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