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네스티 코발트 보고서 파장...수급·인권 논란 전기차 시대 뇌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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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가 글로벌 IT기업에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동 노동과 인권 침해에 대해 적극 조치할 것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애플 등 주요기업이 여기에 화답하면서 배터리 업계가 코발트 수급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엠네스티는 15일(현지시간) 29개 기업의 코발트 공급망 개선 정도를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에서 발생하는 아동노동·인권침해 실태와 글로벌 IT기업 연관성을 다룬 보고서를 낸 이후 약 2년 만에 발간된 보고서다. 여기에는 애플,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BMW, 테슬라 등 주요 기업의 코발트 수급 방식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엠네스티는 코발트 채굴에 7세 어린이까지 동원되며, 이 어린이들은 하루에 1~2달러를 받고 12시간 이상 일하고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제공받지 못한다고 폭로했다. 또 아동노동 착취로 채굴한 원료가 글로벌 전자기업의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고 있지만 해당 기업은 자사 제품의 원자재 공급망의 기본적인 인권 점검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해 파장을 일으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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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에서 엠네스티는 △가능한 모든 조치 △충분한 조치 △보통 수준 △최소 수준 조치 △취한조치 없음 등 5단계로 나눠 기업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애플, 삼성SDI가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애플은 올해 초 가장 먼저 코발트 공급 업체 정보를 공개하고 지난해부터 화유코발트와 협력해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 문제를 파악했다. 삼성SDI는 지난 6월 '책임 있는 코발트 공급망 경과보고서'를 배터리 업체 최초로 발간했다.

LG화학은 델, HP, BMW, 테슬라와 함께 보통 수준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소니, 삼성전자, 폭스바겐, 다임러, 샨샨, ATL, 리셴은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레노버, 르노, 화웨이, 엘앤에프, B&M, BYD 등은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코발트는 이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세계 코발트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콩고산 코발트 공급망의 핵심은 중국 화유코발트다. 민주콩고의 최대 광산 중 하나인 콩고동팡광업(CDM)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코발트는 정련을 거쳐 세계 배터리 업체에 공급된다. 이는 다시 글로벌 IT기업과 자동차 제조사로 공급된다. 코발트는 분쟁광물법 규제 대상 광물에 포함되지 않아 공급망의 사회적 책임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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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네스티가 각 기업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조사를 재차 요구하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지난해 보고서 발간 이후 국내외 기업 코발트 관련 협력회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등 반향이 컸다. 삼성SDI, LG화학, 애플, HP, 화웨이, 소니, B&M, 화유코발트 등이 참여해 코발트 공급망 문제에 공동 노력하기 위한 '책임있는 코발트 이니셔티브'(Responsible Cobalt Initiative, RCI)도 발족했다. 대형 전자 업체가 콩고산 코발트 보이콧에 나서면서 코발트 가격에도 영향을 줬다.

조슈아 로젠츠바이크 국제엠네스티 비즈니스 및 인권 전략 고문은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주요 구성 요소며 풍력발전소와 태양에너지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하지만 코발트 수요 증가가 인권 침해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정책을 실행할 때 윤리적인 공급망 운영을 우선 순위에 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코발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 문제가 대두돼 기업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황산코발트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코발트 원석 출처를 확인하기 힘들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폭증하며 공급처를 최대한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콩고 인권은 많은 제조사엔 관심 밖 문제”라면서 “코발트가 없으면 계획된 전기차 생산이 어려운 만큼 현재 업계는 코발트 출처에 상관없이 확보하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코발트 공급망 조사 조치 수준 (자료=국제엠네스티)>


코발트 공급망 조사 조치 수준 (자료=국제엠네스티)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