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현장]산업체 피해는 경미, 진앙지 가까운 대학 피해는 심각

16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 영일만 2일반산업단지. 지진 진앙지와 가장 가까운 산업단지임에도 조용하다. 기업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업에 분주하다.

열교환기를 생산하는 알펙 관계자는 “어제 지진이 발생한 직후 조업을 중단하고 직원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점검한 결과 설비에 문제가 없어 곧바로 생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일만 2일반산업단지와 3산업단지는 지진이 발생한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 지진 피해 우려가 컸다. 그러나 10여개 입주 기업 모두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지진 하루가 지난 영일만제2산업단지 모습. 이곳 입주기업 대부분은 큰 피해없이 조업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지진 하루가 지난 영일만제2산업단지 모습. 이곳 입주기업 대부분은 큰 피해없이 조업을 하고 있다.

인근 식당에 들어갔다. 정황을 물어 보니 “지진이 발생한 뒤 조업을 중단하면 주변 식당 타격이 클 텐데 오늘 점심에도 손님 수가 줄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6일 오후 지진 하루가 지난 영일만제2산업단지 모습. 이곳 입주기업 대부분은 큰 피해없이 조업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지진 하루가 지난 영일만제2산업단지 모습. 이곳 입주기업 대부분은 큰 피해없이 조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5.4였다. 16일 오전 9시까지 여진이 이어졌다. 산단 기업 대부분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담장이 허물어지는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영일만 4단지의 한 정밀화학 공장은 건물 외벽에 약 100m 규모의 균열이 생겼다.

16일 오후 지진 하루가 지난 영일만제2산업단지 모습. 이곳 입주기업 대부분은 큰 피해없이 조업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지진 하루가 지난 영일만제2산업단지 모습. 이곳 입주기업 대부분은 큰 피해없이 조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진 직후 작업을 멈춘 뒤 직원을 대피시키고 피해 상황을 긴급 점검했지만 아직 공식 집계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설비를 순차 가동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설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설비 추가 점검을 한 뒤 순차 가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업체도 지진 발생 후 가동을 중단했지만 지금은 모두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해 있는 포항테크노파크는 SW융합지원센터 건물 천장의 석고보드가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했을 뿐이다.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는 “입주 기업들이 지진으로 많이 놀라긴 했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포항 지역 기업 대부분이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기업 대부분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규모 6.0이 넘어가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동대가 이번 지진으로 건물 계단이 갈라진 모습.
한동대가 이번 지진으로 건물 계단이 갈라진 모습.

대학가는 피해가 컸다. 지진 진원지에서 1㎞ 거리에 있는 한동대와 선린대는 건물 구조 진단 전문가들만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지진 직후 학생들을 긴급 대피시키고, 19일까지 휴교 조치에 들어갔다. 휴교 기간은 주말까지 진단을 실시한 뒤 문제가 있으면 연장할 방침이다.

이 학교는 전체 30여개 건물 가운데 본관과 생활관 등 10개 건물에 금이 가고, 천장이 내려앉았다. 일부 건물은 유리창이 파손되고 벽돌이 무너지는 등 위태로운 상태였다.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파손돼 폐쇄조치가 내려진 한동대 본관 건물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파손돼 폐쇄조치가 내려진 한동대 본관 건물

한동대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보다 피해가 크다”면서 “다행히 지진 직후 적절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는 없지만 상당수 건물이 파손돼 한동안 정밀 구조 진단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린대도 남자기숙사 계단이 무너졌다.

선린대 기숙사 모습
선린대 기숙사 모습

포스텍(포항공대)은 진원지와 거리가 먼 덕분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7일까지 휴강하기로 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지진 직후 전기를 차단하고 곧바로 휴강 조치를 했지만 피해가 거의 없어 건물 폐쇄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거대 기초 과학 연구소인 가속기연구소도 지진 피해를 비껴갔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지난 15일 지진 발생 직후 가동을 멈추고 긴급 점검을 진행했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4세대 가속기는 규모 7.5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3세대 가속기도 규모 6.2 이상의 지진을 버틸 수 있다고 설계됐다.

가속기연구소 관계자는 “3, 4세대 가속기 모두 지진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우선 가동을 멈췄다”면서 “19일까지 정밀 진단을 거친 뒤 20일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