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이폰X 페이스ID, 금융권 퇴짜가 주는 교훈

애플이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아이폰 출시 10년을 기념해 내놓은 아이폰X(텐)의 핵심 기능인 페이스ID가 한국 금융권으로부터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페이스ID는 최근 베트남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복제 얼굴에 손쉽게 뚫린 데 이어 한국에선 금융 거래 인증 도구로도 쓰이지 못하게 됐다.

페이스ID는 아이폰이 이룩해 온 혁신 역사에서 적잖은 오점으로 남게 됐다. 사실 이에 앞서 다른 스마트폰에 적용된 지문 인식이나 홍채 인식도 페이스ID처럼 보안상 뚫릴 개연성은 있다. 마음먹고 기술로 뚫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이폰이 이어 온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혁신과 기술 채택 흐름을 보면 간편하고, 쉬우면서도 저렴하지만 좀 더 강한 기술로 진화해 왔다. 변화에 민감한 세계인들도 여기에 열광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페이스ID는 간편하고, 쉽지만 보안 관련 기술 강도 측면에선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사용자가 페이스ID로 닫힌 스마트폰을 여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안심하고 모바일뱅킹을 승인할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가 있다. 애플 발표를 믿고 페이스ID를 이용해서 뱅킹서비스와 여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출시를 준비해 온 개발사들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았다. 애플이 잘못 취한 선택 하나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수많은 앱 개발자에게 '헛발질'을 하도록 만든 거나 다름없다.

페이스ID 퇴짜 사태는 스마트폰 혁신 전쟁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스마트폰 혁신도 좋지만 그만큼 치밀한 준비와 기술 완성도를 요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이제 기능뿐만 아니라 혁신의 가치까지 따져 대당 10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신 기기에서 놀이 기기로, 더 나아가 결제 기기로 활용하게 됐다. 당연히 최상의 보안 기능이 요구된다. 이런 중요한 기능을 엉성하게 만들어서 내놓았다가는 지금까지 쌓은 명성을 한순간에 다 잃을 수도 있다.

[사설]아이폰X 페이스ID, 금융권 퇴짜가 주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