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연말 리지드 OLED 증설 '딜레마'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초 증설한 리지드(경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가 연말 가동에 들어간다. 스마트폰 시장 중심이 플렉시블 OLED로 쏠린 상황에서 리지드 OLED 추가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가동률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 유치를 위해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와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말과 올해 초 A2 생산라인에 투자한 월 3만장 규모 리지드 OLED 설비를 연내 가동할 예정이다. A2 라인은 5.5세대 규격으로 리지드 OLED와 플렉시블 OLED 일부 물량을 생산한다. 이번에 증설한 설비를 가동하면 A2 생산능력은 월 18만장에서 21만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에서 OLED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리지드 OLED를 고급형과 중급형 시장용으로, 플렉시블 OLED를 프리미엄과 고급형 시장용으로 공급되는 추세다. 리지드 OLED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증설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갤럭시S8이 출시된 후 시장 분위기가 플렉시블 OLED로 완전히 바뀌었다. 양 옆이 구부러진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위 아래 베젤 폭을 최소화한 새로운 풀스크린 디자인이 등장하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수요가 플렉시블 OLED로 급격히 이동했다.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LTPS LCD 생산 물량이 증가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OLED와 가격 경쟁을 벌인 것도 리지드 OLED 사업에 타격을 입혔다. 플렉시블 OLED에 밀려 리지드 OLED가 중급형 시장으로 밀리면서 LTPS LCD와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리지드 OLED 사업 이익률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TPS LCD와 경쟁이 계속 치열해져 3분기에는 이익폭이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리지드 OLED 설비 증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A2 라인에서는 중국 오포와 비보에 납품할 리지드 OLED를 생산한다. 자동차 등 기존 LCD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녹록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A2 라인을 플렉시블 OLED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생산라인을 변경할 움직임이 아직 없고 기존 고객사가 있어 실제 라인 변경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 없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A2 라인이 거의 풀 가동했지만 새로운 고객사나 추가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연말에 신규 설비 가동을 시작한 이후 가동률을 일부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LTPS LCD가 공급과잉 상태인데다 시장에 풀리는 리지드 OLED 생산능력이 커지면 공급단가 인하 흐름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