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4>공동 창업자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

일견 혼자서 창업하는 것보다 몇 사람이 모여 공동 창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창업 시 요구되는 다양한 자질과 자원들을 모두 갖춘 사람은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공동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창업자로 하여금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공동창업의 경우 창업 실패 사유 1순위가 동업자와의 불화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공동창업 시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흔히 불거지는 문제 중 하나가 공동창업자들 사이의 수익배분 문제다. 함께 창업하자고 설득할 때 가장 용이한 방법은 더 많은 월급 내지 지분과 같은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창업 팀의 73%가 설립 후 한 달 이내에 지분을 분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부터 수익배분의 기준을 명확히 해 분란의 소지를 막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 서로의 능력과 자질이 미쳐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을 분배하는 것은 추후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업무를 수행해 보니 공동 창업자 중 누구의 능력은 과대평가됐고, 누구의 능력은 과소평가되었다는 점을 알게된다. 이러한 실수를 바로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준 것을 빼앗기는 더욱 어렵다.

초기 자금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 공동창업자에게 금전적인 반대급부 대신 직급과 권함을 반대급부로 제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 누구는 CEO, 누구는 CTO, 누구는 CFO 등으로 서로 직함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실제 이에 대한 하버드 대 노암 와서먼 교수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창업팀의 89%가 최고 책임자급 직함을 최소 한명 이상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79%가 CEO라는 직함의 창업자를 두었으며, 45%가 CTO 내지 CSO, 14%가 최고운영책임자(COO), 8%가 최고재무책임자(CFO)등을 두고 있었다. 심지어 CEO가 아니라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창업팀도 18%나 됐다.

이처럼 초기에 직함과 직급을 나누어 갖는 것 역시 창업 실패를 부르는 지름길일 수 있다. 창업 이후 일정 시점이 되면 회사를 확장하기 위해 직원 수를 늘리고, 각 업무 영역별로 회사 조직을 세분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업자들의 역할 또한 변화가 요구된다. 즉, 창업자들은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니라 '코치' 내지 '감독'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제는 관리자가 되어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으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발자 출신 창업자가 관리자 역할도 잘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이들의 부족한 경영 능력이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외부로부터 재무, 운영, 관리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하여 부족한 부분을 매 꾸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최고책임자급 직함을 공동창업자들이 골고루 나누어가졌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모시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일단 부여한 직함 역시 다시 빼앗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익배분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대학 동기 내지 친구와 같은 지인들과의 공동창업의 경우에는 직함과 수익배분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많다. 이는 인간적 관계 때문에 민감한 문제를 테이블 위에 먼저 올려놓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본 사이라고 해서 추후에 이러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머릿속에는 나름의 지분과 직함을 염두해 두고 있다. 그렇다고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먼저 결정해서도 안 된다. 개인이 가진 역량과 무관하게 출산, 이혼 등 변화된 가정사로 인해 당초 기대한 바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공동창업자와의 배분 문제는 서로 간의 역량과 역할이 어느 정도 확인된 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 결정한 내용 역시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서로 간의 합의 하에 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사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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