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연이은 강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마저 맞았다. 지진은 예측이 어렵고 피해를 완전히 막기도 쉽지 않다. 최대한 대비하고 피해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이를 위해선 지진 원인으로 꼽히는 단층 연구가 시급하다.

포항 지진의 초기 분석 현황
포항 지진의 초기 분석 현황

지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 구조를 먼저 알아야 한다. 지구는 핵, 맨틀, 지각으로 이뤄진다. 가장 중심의 핵을 맨틀이 감싸고 그 위를 지각이 덮는다. 우리가 흔히 '땅'이라고 생각하는 지각 아래 맨틀이 있는데, 맨틀은 고체 상태지만 대류 운동을 한다. 핵과 지각의 온도 차 때문이다. 맨틀의 대류 운동은 지각에 힘을 가해 움직임을 만든다. 이 힘이 지진의 가장 근원적인 힘이다.

지각은 여러 판으로 구성되는데, 판이 부딪히거나 멀어질 때 지진이 난다. 일본처럼 판의 경계에 있는 곳에서 지진이 잦은 이유다. 지진은 하루에도 수천 건씩 발생하지만 대부분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다. 지층이 어긋나 있는 '단층'이 가장 취약하다. 구조가 연약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대규모 지진도 단층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 단층은 아직 명확히 조사되지 않았지만 작은 단층까지 합하면 수천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 양산, 부산을 잇는 약 170㎞ 길이의 '양산단층'이 대표적 활성단층으로 분류된다. 활성단층은 비교적 최근에 움직임이 있어 지질학적으로 '활성'으로 분류되는 단층이다. 이 활성단층이 지진 위험을 높인다.

지난해 일어난 경주 지진은 경주 남서쪽을 통과하는 양산단층 지류, 혹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단층(무명단층)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단층이 수평 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강력한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남동부는 양산단층대 외에도 크고 작은 단층대가 존재한다. 지류 단층은 물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포항 지진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단층에서 일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이 양산단층대 통과 지역으로부터 오른쪽 9㎞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포항 지진 위력이 거셌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진원의 깊이가 얕았다. 진원은 최초로 지진이 발생한 땅 속 지점을 말한다. 진앙은 진원 바로 위의 지표를 말한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진원이 지하 9㎞, 지질연은 지하 5~10㎞라고 보고 있다. 경주 지진의 진원 깊이가 15㎞였던 것에 비해 지표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그만큼 지진으로 땅에 가해지는 충격,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진의 진동 주파수 유형도 피해를 가중시켰다. 지질연은 포항 지진을 '중저주파 지진'으로 분석했다. 진동 주파수가 낮으면 지진의 진동 전달 주기가 비교적 길다. 진동주파수가 10㎐면 0.1초에 한 번씩, 5㎐면 0.2초에 한 번씩 진동이 전달되는 식이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고층건물에 주는 피해가 크다.

포항 지진 규모는 5.4로, 지난해 경주지진 규모 5.8보다 낮다. 에너지 총량으로 따지면 포항 지진이 경주의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진동주파수가 낮아 피해가 더 컸다. 경주 지진이 짧은 시간에 강한 에너지를 쏟아냈다면, 포항 지진은 비교적 천천히 진동을 가했다. 이 때문에 3~5층의 복층 건물에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

포항 지역의 지질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은 1730만~1200만 년 전 바다였다가 동해가 형성될 때 뭍 위로 올라온 지역이다. 해성 퇴적층이 발달했다. 상대적으로 덜 딱딱한 지질이다. 이런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작은 충격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지난해 강진이 발생한 경주 지역이 화강암 기반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지진과 활성단층이 무서운 것은 연쇄 효과 때문이다. 실제 포항 지역은 계속된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땅 속에 응축된 힘이 아직 덜 소진됐을 가능성, 이번 지진이 다른 단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고한다. 연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아직 단층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대대적 단층조사를 시작했지만 전국의 활성단층 정보를 모두 조사하려면 20여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진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조금이라도 위험을 예측하려면 단층 정보 같은 기초 자료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