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반도체' 센서 키우자…파운드리 인프라 절실

센서업계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센서 개발과 양산을 위한 위탁생산(파운드리) 팹(fab)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MEMS 센서는 저비용, 소형화, 고효율 특성으로 차세대 스마트기기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센서업계 전문가들은 2017년 한국센서학회 종합학술대회 정책 토론회에서 MEMS 센서 양산을 위한 팹 인프라 확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가스센서 업체인 센텍코리아 유도준 대표는 “5년 전부터 MEMS 가스센서를 개발 중인데 처음에는 팹을 접촉하기조차 힘들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소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패키징을 위해서는 팹이 필요한 만큼 국내에서 일원화 된 개발·양산이 가능한 원스톱 팹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국 신성씨앤티 연구소장도 “실제 센서를 개발하다보니 MEMS 센서는 팹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나마 현재 국내 3개 연구기관이 연 60억원 정도를 공정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7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2017년 한국센서학회 종합학술대회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주요 센서 기업이 국내 센서 산업 현황과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7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2017년 한국센서학회 종합학술대회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주요 센서 기업이 국내 센서 산업 현황과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MEMS 팹이었던 지멤스가 운영 어려움으로 문을 닫은 후 국내 MEMS 파운드리 인프라가 사라졌다. DB하이텍(옛 동부하이텍)이 MEMS 센서 파운드리 사업을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센서 업체 대부분은 양산에 나서려면 수백억원을 들여 자체 팹을 구축하거나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파운드리를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지멤스가 보유했던 장비를 대전 KAIST 나노종합기술원과 포항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수원 한국과학기술원으로 기증하고, 내년 4월 나노종합기술원 내에 첨단센서 팹이 문을 열면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는 신규 장비와 엔지니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토론회에서는 팹 인프라 구축 외에도 △센서 프로토콜 표준화 △정부 인증 △기업 간 교류 활성화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업계 내에서도 센서 소자를 모듈화해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원천 기술인 센서 소재에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센서 시장 규모는 약 8조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90%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기하급수적인 센서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센서 분야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가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박상익 삼영S&C 대표는 “해외에서는 ST마이크로, AMS, 보쉬 같은 회사가 수많은 센서 회사를 흡수하고 MEMS나 CMOS 파운드리를 만들어서 거대한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센서 업체 대부분이 소자를 수입해서 모듈화해서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용으로 공급하는 형태다보니 변동성이 심하고 해외 소자 업체에 매각되는 문제가 많은 만큼 우리나라 산업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술대회를 공동 주관한 KAIST 신성철 총장은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의 핵심은 센서이고 10년 후에는 1조개 센서가 사용되는 트릴리온 센서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비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포스트 반도체로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