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생산 확대...전기차·전동공구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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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 생산량을 크게 늘린다. 전동공구와 전기자동차용 수요가 급증하는데 따른 대응이다. 장거리 주행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셀 당 용량이 5000㎃h 이상인 고밀도 원통형 개발에도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원통형 전지 생산능력(CAPA)을 지난해 연간 8억대에서 올해 10억대 안팎으로 확대했다. 삼성SDI는 연간 생산능력을 20억대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키로 하고 관련 소재·부품 수급을 늘리고 있다. 최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소형전지사업부 원형개발팀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었다.

현재 원통형 배터리 주요 수요처는 전동공구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분기 전동공구용 원통형 배터리 9950만셀을 생산해 49.3%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2005년 일본 업체가 90%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전동공구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이후 보쉬, TTi, 스탠리블랙앤드데커, 마키타 등 4대 메이저 전동공구 업체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했다. 2013년부터는 50% 안팎 점유율로 6년 연속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는 9월 열린 2017 인터배터리에서 원통형 배터리 새 표준이 될 '21700 배터리'을 전시했다. (사진=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9월 열린 2017 인터배터리에서 원통형 배터리 새 표준이 될 '21700 배터리'을 전시했다. (사진=삼성SDI 제공)

업계 관계자는 “출력이 중요한 전동공구용 배터리 시장에서 현재 하이니켈(니켈 함량 80% 이상) 원통형 배터리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파나소닉과 삼성SDI 정도가 꼽힌다”면서 “강력한 경쟁자인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면서 수급이 빠듯해진 덕분에 삼성SDI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용으로도 신규 수요가 생기고 있다. 삼성SDI는 테슬라가 호주에 구축하는 세계 최대 ESS 프로젝트에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지름 21㎜, 높이 70㎜의 21700 배터리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 주력이었던 18650(지름 18㎜, 길이 65㎜) 배터리보다 크기와 에너지 용량을 최대 50%까지 늘린 제품이다.

삼성SDI 원통형 소형 배터리 '18650'과 '21700' 크기 비교. (사진=삼성SDI)
삼성SDI 원통형 소형 배터리 '18650'과 '21700' 크기 비교. (사진=삼성SDI)

내년부터는 전기차용으로도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가 내년 출시 예정인 럭셔리 세단 루시드 에어 배터리 공급사로 삼성SDI와 LG화학을 선정했다. 2018년 초기 생산 물량은 약 2만대로 삼성SDI가 메인 공급사를 맡아 21700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테슬라 전기차 물량은 현재 파나소닉이 독점하고 있지만 아류 업체가 많이 등장하면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B3에 따르면 올해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31억3800만개로 추정된다. 이 중 전기차용이 10억2300만개, 전동공구용이 8억4200만개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에 대응해 삼성SDI는 장거리 주행 전기차용으로 한 셀 당 용량이 4000㎃h대 후반에서 5000㎃h대 초반인 고밀도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