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차 300㎞ 주행은 대중화 출발점

내년 한국 시장에 출시될 전기자동차의 새 모델 14종이 300㎞ 주행 성능을 기본으로 갖출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시장에 주로 깔린 100~120㎞대 차량과 달리 이제 300㎞ 주행 차량은 '맘 놓고'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전까지 전기차 구매 결정을 가로막은 가장 중요한 단점이 짧은 주행 거리인 것을 감안하면 이제 주행 거리 문제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차량 종류나 국산·외산 경쟁 모델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요소로 주행 거리와 함께 배터리 ㎾h당 제조 원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기차용 파우치형과 원통형 배터리 제조 원가는 각각 ㎾h당 150달러, 100달러 선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배터리 제조사가 이를 전기차 제조사에 각각 ㎾h당 180달러, 120달러에 공급한다고 하면 전기차 제조사는 300㎞ 주행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평균 60㎾h짜리 배터리를 달려면 이 가격만 1만800달러에 이른다. 결국 배터리 원가 문제가 전기차 차량 가격 3분의 1을 결정하는 셈이다. 배터리 가격 비중을 배터리 제조사가 먼저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수요·공급에 따른 자연스런 가격 인하가 시장 논리에 맞다. 결국 전기차 수요 증가-배터리 공급 확대-배터리 원가 감소-전기차 시장 가격 인하 순을 밟게 될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내년 전기차 모델 처음으로 장거리형·일반형 배터리 모델을 구분해 팔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기본 탑재 하드드라이브 저장 용량을 64GB, 128GB 모델로 구분해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처럼 전기차 자체와 소비자들의 배터리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것은 시장 여건이 무르익어 간다는 뜻이다.
전기차 기본 주행 거리 300㎞ 만족을 시작으로 모델·사양 선택이 넓어지는 것은 전기차 산업에도 새로운 시장 진입과 같다. 시원하게 확산 주로를 달릴 일만 남았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포착된 기아차 '니로(Niro) EV' 스파이샷. 출처 인사이드이브이스(EVs) 홈페이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포착된 기아차 '니로(Niro) EV' 스파이샷. 출처 인사이드이브이스(EV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