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산 IT기기, 보안 경계령

중국에서 제조된 정보기술(IT) 기기(장비)를 구입·도입할 때는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최근 IT 전문가 중심으로 '중국산 보안 경계령'이 제기됐다. 중국산의 각종 IT 기기에서 사이버 보안을 위협하는 구멍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는 것.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부 제품은 '의도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보안 용도로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는 중국 최대 폐쇄회로(CC)TV 제조사의 감시 카메라가 정보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지분이 42%나 된다. 성능 대비 낮은 가격을 무기로 세계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국가 간 사이버 경쟁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위협 요소다. 이미 미국은 해당 감시 카메라에 사이버 위협 경고를 내렸다.

중국 기업이 제조한 게임용 키보드가 사용자 정보를 유출한 사례도 보고됐다. 키보드가 입력 값을 사용자 모르게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한 것이 드러났다. 중국산 스마트폰에 숨겨 둔 백도어가 발각되기도 했다. 해커가 백도어로 스마트폰을 장악해 손쉽게 사진과 위치 정보를 빼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정식 IT 업체로 위장한 해커 그룹과 스마트폰 제조사가 결탁해서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유포한 사건이 발생, 조직원 60여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정보 수집 의도와 무관하게 취약한 보안 설계로 인해 해커의 표적이 되는 중국산 IT 기기도 적지 않다. 중국 IP카메라 제조업체 포스캠 제품에서 무려 18개 보안 취약점이 노출됐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중국산 IT 기기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가성비가 높아 소비자는 쉽게 중국산을 택하지만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나 개인은 보안 위험성을 살펴야 한다. 인터넷(모바일)에 연결되는 제품 가운데 보안이 의심되는 기기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개발사·공급사 등 공급망 환경을 검증하는 절차를 도입, 보안사고 및 정보 유출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